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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거리미술, 발상을 바꿔야 한다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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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6  14: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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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서원대 교수]  이제, 감히 고백한다. 2018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행사장 한복판에 설치됐던 공공미술 '직지 숲: 다시 나무 프로젝트'. 폐목재를 활용해 18m 높이의 거대한 나무 두 그루를 형상화한 조형물이었다.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저 작품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누군가는 "폐목재를 이용해 거대한 나무를 형상화함으로써 직지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으로는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직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또 들었다. 폐목재도 좋고 친환경도 좋고 생명력도 좋지만, 이것을 직지의 고유한 특성이나 상징성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청자의 고장, 전남 강진에 가면 청자 모양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은 강진이 청자 도시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니 너무 예측 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청자의 고장에 청자 모양의 조형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무난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난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참신하거나 창의적인 느낌이 부족하다.

강진의 청자 조형물을 보면 작가 이수경의 작품이 떠오른다. 이수경은 깨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여 작품을 만든다. 흙으로 만든 그릇은 그것으로 하나의 완벽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릇은 늘 깨진다. 우리는 깨진 것을 다시 이어 붙여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 이수경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같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강진의 거리에서 이수경 스타일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예상치 않은 만남은 참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더 강렬하고 깊이 있게 강진을 기억할 것이다. 공공미술. 거리 조형물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호기심도 자극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미술이어야 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민과 성찰이 담겨야 한다.

청주 곳곳엔 직지 기념조형물이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앞에도 있고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도 있다. 모두 책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직지가 금속활자 인쇄본이니 책 모양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당연하기에 무난하다. 하지만 무난하기 때문에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익숙하기 때문에 강렬하지도 않다. 좀 더 창의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과도하게 나아가면 책의 형상을 벗어나게 되고 그렇다면 직지의 책 이미지를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더 고민해야 한다.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관 앞엔 자그마한 조형물이 하나 서있다. 돌로 만든 받침 위에 금속으로 솟대 모양을 형상화했다. 청주를 대표하는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앞에 있는 미술품 치고는 규모, 디자인, 상징성 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메시지도 부족하고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는다. 왜 여기 있는 것인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건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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