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정치권이 또 다시 난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민정수석실 소속인 특별감찰관 전원을 청와대 파견 전에 일하던 원래의 소속 기관으로 원대복귀시킨 사건을 계기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조국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하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외유에서 돌아오자마자 첫번째 업무로 ‘조국 재신임’을 선언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 내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핵심 인물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부터 정치권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끊임없이 제기해 대중적 인기 기반도 상당하다. 준수한 외모까지 겸비해 개인적으로 투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조 수석은 웬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 뺨치는 인기인 반열에 올라 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권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비서진 조각 때 원년 민정수석으로 발탁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고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법학교수이자 사회 운동가로서 보여온 개혁 이미지가 기존질서 혁파를 외치며 지지를 얻은 문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부합돼 현 정권에서 혁신과 부패척결의 아이콘이자 총지휘자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적 관심과 기대와는 달리 정치권 한복판에 들어온 법학교수 조국의 변신은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각종 인사 검증 실패로 인해 실망을 안겨줬다. 문재인 정부는 유난히 인사 실패와 이로 인한 국회인사청문회 파행이 잦았다. 조각을 위한 장관 후보자와 대법관, 헌재 재판관, 기타 임명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인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회피 등 문 대통령 자신이 공직임명 불가 원칙으로 내세운 흠들이 많이 드러나 지탄을 받아왔다. 그 때마다 후보자 검증을 담당하는 조 수석이 비판의 표적이 됐다. 잇단 인사검증 실패로 야권에서는 경질요구가 그치지 않았으나 여당과 청와대는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를 둘러싸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 그를 경질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은 매우 사안이 중대하다. 관리 책임자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수준이다. 역대 어느 정권의 민정수석실 실패보다 심각해 보인다. 김모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 오랜 친분관계를 가져온 건설업자의 비리 수사상황을 경찰청을 직접 찾아가 캐묻는 바람에 치부가 드러난 것이다. 그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민정수석실 산하 3개의 특감반원 거의 대부분이 단체로 그것도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최근 수개월간 술집에서 시민 폭행을 비롯해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까지 청와대 직원들의 갖가지 비행이 불거져 나와 이미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이러한 비행을 감찰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특감반원들 자신이 원칙을 어기고 탈선했으니 청와대 기강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의 조 수석에게 사회정화 업무를 맡기는 건 적절치 않다. 교수로서 정권의 흠을 마음껏 비판했지만, 그 자신이 민정을 살피는 일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체험한 것으로 만족하고 조 수석 본인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과감히 책임을 물어야 할 문 대통령은 5일 조 수석에게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너무 힘든 일을 맡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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