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지난주 3일날 결혼 주례를 맡아 다녀왔다. 학교에 있는 이유로 제자들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맡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사양을 해야 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맡을 때마다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도 고민이고, 특히 결혼 당사자 말고도 참석한 하객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에는 제자도 아니고 막역한 학교동기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고민했던 것이다. 결혼식 전에 먼저 연구실로 인사하러 온다고 하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1에서 10까지 숫자 가운데 택하라고 하면 3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수리학 상으로 3은 가장 으뜸이 되는 수이고 가장 안정적이며 평안함을 주는 수이기 때문 이란다. 도덕경에서 도<道>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만물을 낳는다고 말하고 있다. 3은 홀수이고 중간자이기 때문에 1과2가 대립되는 개념의 수라면 3은 대립과 갈등을 무마시키는 상징적인 숫자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귀머거리 삼년, 봉사 삼년, 벙어리 삼년 이라는 말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은 인내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에서 2년간 5,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조사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18개월에서 30개월이면 뜨겁던 사랑이 식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제목은 사랑은 ‘900일간의 폭풍’이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랑의 감정은 사랑에 빠진 1년후 50%가 사라지며, 이후 계속 낮아진다. 통계적으로 결혼 4년째 이혼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또한 필자가 소속된 학과의 졸업생들의 취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취업 준비기간 중 자기소개서 및 모의 면접을 실시할 때 보면, 그 직장에서 뼈를 묻겠다는 심정으로 대답할 때와 너무 다르게 3년이 되지 않아 직장을 옮기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또한, 별로 미안한 마음도 덜한 것 같다. 대신 3년 이상 잘 버티고 있는 졸업생들은 무리 없이 지내는 것을 보면 인생의 고비처럼, 직장에도 사춘기 같은 고비가 있는 것 같다.

여러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이들에게 조건부 주례 승낙을 하기로 했다. 연구실로 찾아 온 그들에게 3년 동안 매년 결혼기념일에 주례에게 전화를 하도록 요청했는데, 이들은 3년간은 물론이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었다. 물론, 결혼식 날 주례사에도 이 이야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주례사를 끝까지 들은 다른 친구가 전화를 걸어 의미가 있는 주례사였다고 마른 칭찬을 해댄다.

아침에 필자가 출근을 준비 중인데, 아내가 오는 9일이 무슨 날이냐고 갑자기 묻는다. 순간 당황하다 겨우 대답을 했다. 그러고 보니 결혼 39년째가 되는 날이다. 주례 때 말한 것처럼 3년간으로 계산하면, 13번이나 지났다.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살아온 날들에 대한 감사가 쏟아져 울컥했다. 둘만이 노력한 것 말고, 고비 고비마다 보이지 않게 도와주신 그분 덕분에 오늘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신혼부부가 전화 올 때 마다 이제껏 나를 도와주신 그분께 나 보다 더한 은혜가 부어지도록 기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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