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연구가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
14일 충북대 세미나서 연구 발표회

▲ 박정규 전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한시 '대동의협행(大東義俠行)'이 '역사시(歷史詩)'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단재 연구가인 박정규 전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73).

그는 오는 14일 오후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리는 단재 학술세미나에서 '단재 신채호 자료의 발굴과 해석'을 주제로 연구 발표회를 연다.

박 전 교수는 단재가 '대한매일신보' 1909년 3월 24일자에 게재한 장편 한시 '대동의협행'에 주목하고 이를 번역·분석해 단재의 걸작 한시임을 밝힌 논문 '신채호의 새로운 한시에 대한 일고찰'을 이 자리에서 발표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동의협행'은 우리나라의 의협심 있는 인물들을 찬양한 일종의 역사시다.

기원전 210년 이전 '창해역사(滄海力士)', 고구려 동천왕 20년(236) 때의 '유유(杻由)', 614년 고구려와 수나라 전쟁 때 수양제에게 쇠뇌(연달아 쏠 수 있는 일종의 활)를 쏜 이름 없는 병사를 3걸이라 하고 이들을 찬양했다.

'대동의협행'의 '대동'은 동방의 큰 나라인 우리나라를, '의협'은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불의의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우려는 마음을, '행'은 본래 걸어가면서 읊조린다는 시가(詩歌)의 제목에 붙인 접미어다.

박 전 교수는 이 시를 처음으로 번역하고 내용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단재의 작품임을 확인했다.

'탄빙생(呑氷生)'이란 필명은 중국 양계초의 호 음빙자(飮氷子)와 연관이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단재가 즐겨 쓴 '무애생(無涯生)'은 원래 양계초의 호였다.

박 전 교수에 따르면 이 한시가 단재의 작품이란 증거는 시 내용 중 '삼국사기'를 저술한 김부식을 비난한 시구가 나온 점이다.

민족주의사관을 지닌 단재는 이전에 '독사신론'에서 중국 중심 중화사관을 가진 김부식을 맹렬히 비난했다. 당시 누구도 단재처럼 김부식을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이 시가 발표되기 1년 전에 단재가 저술한 전기소설 '을지문덕'과 중국 망명 이후 쓴 '조선상고사'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도 들고 있다. 

단재는 협객 형가(荊軻)와 고점리(高漸里)의 고사를 잘 인용했으며 특히 형가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기상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 전 교수는 "'대동의협행'은 국권 상실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 민족 각성을 촉구하는 단재의 걸작 서사시"라며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역사 속 세 인물을 내세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개 등을 표현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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