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청주시 청원구 세무과 주무관

 

[신상호 청주시 청원구 세무과 주무관 ] 우리 민족에게는 상부상조(相扶相助)라는 좋은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은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두루 퍼져 마을 사람들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좋은 관습으로 이어져왔다. 예전 1970년대만 해도 잔칫집과 상갓집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당연시됐었다. 상부상조의 전통은 이웃을 향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가까운 친척이라도 멀리 살면 그 집의 사정을 알기 어렵고, 옆집의 이웃은 그 집 부엌의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 이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내가 아는 범위에서 남을 이해하려 하는 맹점에 헤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아는 범위, 즉 나의 눈높이와 상식에서 생각해 '상대방도 그렇겠지'라는 생각 속에 행동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행로를 다녀온 적이 있다. 보행로 한 쪽은 하천이 흐르는 개울이고 한 쪽은 산 쪽 언덕이라 물 빠짐을 위한 배수로가 설치돼 있는 곳이었다. 걷기 시작한 지 30분쯤 됐을 때 언덕길에 한 유모차가 미끄러져 배수로에 떨어질 뻔했다. 마침 앞에 가던 사람이 막아서 다행히 유모차에 탔던 아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길을 만든다고 인공 구조물을 최소한으로 설치해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고 운영하던 곳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하지만 요즈음 숲길 걷기 등을 가보면 유모차를 가지고 오거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앞선 사고에서 유모차가 하천 쪽으로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보행로 양쪽에 안전을 위한 추락 방지턱을 만들면 어땠을까? 어린이들의 세발자전거나 유모차 등이 추락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함께한 보호자들의 몫이라는 답변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바라볼 것은 아니다. 안전 손잡이가 겨울에는 엄청 차가운데 스테인리스 재질보다는 나무 재질로 만들어 손을 덜 시리게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들은 사용자들의 시야에서 바라봐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유아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눈 맞춤이라고 한다. 이런 눈 맞춤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기본적인 과정이며 이는 유아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서도 적용이 필요한 진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상대방의 눈높이를 맞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많은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서 나 자신의 눈높이에서 우리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따라 행동하다 보면 겉으로는 괜찮은 것 같지만 세밀함이 아쉬운 사례로 남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가 하는 사업들에 수요 계층에 대한 고려와 비록 사용빈도가 낮은 계층이라도 고려하는 세심함을 갖추는 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할 때 강한 힘을 발휘하는 상부상조의 전통이 다시 살아나 살만한 사회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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