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니트족이라 부른다. 최근 청년층에서 이러한 니트족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이러한 니트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니트족들이 늘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이 취직하지 않고도 당분간 견딜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의 출현이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1970년대 이후에는 자녀를 1명 혹은 많아봐야 2명을 낳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1명 또는 2명의 자녀가 비싼 물건이나 명품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 자동차 등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최소 수개월에서 최장 수년 정도는 적은 돈, 심하면 부모의 집에서는 돈 한 푼 없는 백수나 니트족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도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비사교적 유형 인간의 증가이다. 직장생활이 단순히 노동만 하는 곳은 아니다. 인간관계에 서툴러 타인을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그들은 취업하는 대신 타인을 만나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에만 몰두하려고 한다.

셋째, 고학력자의 과잉 공급이다. 1993년 이후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은 자신의 업적 과시, 자랑을 할 목적으로 지역유지들을 선동해서 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IMF 구제 금융으로 곳곳에 실직자가 발생하는데도 대학 설립 추진은 2010년대까지도 계속되었다. 이렇게 필요이상으로 과잉 배출된 고학력자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투자된 시간과 돈,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다.

넷째, 직장에서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모욕적인 처우이다. 1970년대생, 1980년대생 이하 세대들은 부모에게서 대접받고 자랐다. 이들은 사소한 폭언이나 욕설에도 자살충동을 느낄 만큼 심하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견디지를 못한다. 적은 돈을 받고 불쾌감을 견디느니 취직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가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처우도 나쁘고, 인격적 대우가 없으며,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청년층의 취직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물론 대기업 취업만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 청년층의 잘못도 있다. 사실 청년들이 학창시절 학업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고, 대학생활을 바르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고, 내 나름대로 준비도 열심히 했고, 스펙도 쌓았는데 대기업 취업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득 3만 불 정도로 세계 20위권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은 초봉 3천만 원 이상의 대기업 일자리를 구직자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대기업이 필요로 할 만한 12% 이내의 구직자에 들어가는지 아닌지 빨리 파악하고 현실적인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자유 시장 경제 속에서 무한 경쟁을 강요당하고 점점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가는 경제구조 틀에 갇혀 인구절벽과 초고령화, 저성장 등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정된 대한민국에서 힘든 인생을 살아가야할 청년들의 미래가 더욱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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