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불안한 감정을 진정시키려면 우선 매일 그 치료의 테크닉을 실행하는 것이 좋다. 감정의 통제는 안이한 방법으로는 이루지 못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정을 통제하려면 우선 육체적으로 조용히 하는 것을 실행하는 기초적인 수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방에서 왔다갔다 돌아다니지 말고 손을 휘젓거나 뛰어다니지 말아야 한다. 큰 소리를 지르거나 말다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계단도 급히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일도 몸이 피로하거나 신경이 불안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흥분하면 육체의 움직임이 긴장된다. 그러므로 우선 육체의 움직임을 정지해야 한다. 조용히 서고 조용히 앉고 조용히 누우라. 물론 말소리도 낮게 내야 한다. 마음을 조용히 유지하려면 조용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육체는 두뇌를 통과하는 생각의 종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체를 조용히 하면 마음도 조용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곧 육체적 태도는 정신적 태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한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토론이 진행되어 가는 동안 심한 논쟁으로 발전했다. 피차가 감정이 격해져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세였다. 그 때 한 사나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상의를 벗고 칼라는 늦추고 소파에 드러눕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어떤 사람이 그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하고 그는 대답했다. “몸에는 조금도 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몹시 흥분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들으니 가만히 누워 있으면 흥분이 가라앉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이 바람에 장내의 긴장은 풀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괴짜 친구는 다음과 같은 경과를 설명했다. 그는 원래 몹시 성급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흥분해 있을 때는 언제나 주먹을 불끈 쥐고 있고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흥분이 올 때면 주먹을 쥘 수 없도록 열 손가락을 서서히 펴고 또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기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근 거리는 목소리로는 말다툼이 안 되니까 말입니다.”하고 히죽이 웃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험한 사실이지만 이 원리는 감정적인 흥분이나 분노를 진정시키는 데는 큰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제 일보는 당신의 육체적 반응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이 테크닉이 당신의 감정의 열을 얼마나 신속하게 식혀주는지를 경험하면 당신도 틀림없이 깜짝 놀랄 것이다. 감정의 열이 식으면 흥분이나 분노는 저절로 가라앉게 마련이다. 그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다음 수순은 그 일에 무관심해지는 일이다. 어느 정도 둔감해지는 것도 좋다.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은 감정적 피해를 입는 일이 별로 없다. 적어도 문화인이라면 어느 정도 이와 같은 수련을 쌓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수한 인간의 특성이기도 한 예리하고 민감한 반응을 송두리째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물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날카로운 당신의 개성을 균형 잡힌 상태로 유지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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