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정우천 입시학원장]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대학 지원서를 쓰기 위해 부모와 자식이 2인 삼각으로 동분서주하게 되는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입시가 학생만의 일이 아닌 온 집안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단체경기가 돼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며 새로운 정책이 나오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된 다채로운 입시 시나리오가 나왔으나, 난개발된 도시처럼 입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결과적으로 원망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현재 시행되는 대학입시의 큰 틀은 정원의 23%를 선발하는 정시와 77%를 선발하는 수시로 구성된다. 정시는 전체 수험생이 같이 치르는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결과로 학생을 선발하고, 수시는 수능 외로 선발하는 전형으로 일부 특기자선발을 제외하면 교과 성적과 학생활동을 기록한 학생부를 기반으로 선발하게 된다.
수능 점수를 기준으로 뽑는 정시는 비교적 공정하나 학습능력 이외의 다양한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에 다양한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고 한 번의 수능이 아닌 학교생활 전체를 보고 선발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로 수시선발을 지속해서 늘려왔다.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획일화된 입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학생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입시정책은 국가의 장기적 인재운용 계획과, 운영상의 효율성과 적합성, 공교육과 사교육 문제, 잠재력 발굴 및 기회의 공정성 등 고려해야 할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단순화한다면, '공정성'과 '능력의 발굴'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공정하다고 인정되는 정시모집보다는 주로 수시모집에서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당사자인 학생 외의 관계자들이 공정치 못한 간섭을 해 기본 자료인 학생부 및 학생의 활동 이력, 자기소개서 등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시험문제 유출로 문제가 된 숙명여고 교무부장 사건처럼 응원단이나 코치가 경기장에 뛰어들어 경기의 공정성을 해치고 엉망으로 만든 꼴이 돼버린 것이다. 향후 입시의 방향은 그래도 공정한 정시의 비중 확대와 수시 입시에서 관계자의 경기장 난입을 막을 공정한 규칙과 심판의 역할을 고안하고, 단순하고 명료한 학생부 관리로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변수 많은 세상사에서 선의로 시작한 일이 선의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입시의 속성상 어떤 방법을 쓴다 해도 모두가 승복할만한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최고의 방법이 불가하다면 차선의 방법을 찾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말이 있다. 문제가 복잡할 때는 가장 단순한 게 정답이라는 말이다. 입시야말로 이 법칙을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빌지 않고도 입시당사자가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제도가 최고의 정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