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실효 전국에 703㎢
현실화땐 난개발… 환경 악화
주민 간 찬반갈등도 심화 전망
"정부가 지원해 달라" 연쇄 건의

[충청일보 지역종합]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자동 실효(失效) 시기가 약 1년 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도로, 공원, 녹지 등 도시 기능 유지를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 고시해 놓고도 재원 부족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던 지자체들은 중앙 정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해당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해당 고시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지에 공원 등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 방치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취지의 1999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같은 법 부칙이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결정 고시된 도시계획시설 기산일을 2000년 7월 1일로 잡았기 때문에 원래 목적대로 개발하지 않았다면 해당 부지가 2020년 7월 1일부터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2020년 7월에 고시가 실효되는 전국의 도시계획시설은 공원 397㎢ 등 703㎢이다.

청주시의 경우 도로, 주차장, 광장, 공원, 녹지, 유원지 등 543개 시설 11㎢가 2020년 7월에 일몰제 적용을 받는다. 11㎢를 매입해 보상 등 사업을 진행하려면 3조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지자체들은 토지 소유자들의 매수 청구에 따른 토지 보상이나 단계별 사업 집행에 나섰지만, 재정 여건상 역부족이었다.

도시계획시설 고시의 무더기 실효가 현실화하면 난개발과 이에 따른 주민 정주 여건 악화, 도시 기반시설 부족 등 문제가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월 보전 필요성이 큰 공원 조성을 위해 지자체가 발행한 지방채에 대해 5년간 이자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자체들은 그러나 사업 추진을 위한 실질적인 국비 지원을 바라면서 민간공원 개발, 토지 보상을 위한 지방채 발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비 지원이 보장되면 꼭 필요한 시설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추진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대전·부산·인천·광주·울산 등 5개 광역시는 토지 매입비 50% 지원, 국·공유지 일몰제 대상 제외 등 대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도 지난달 말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발의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5월 말 국회를 통과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조성하는데 국고를 투입할 법적 근거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개정 법률은 도시·군 계획시설 결정 고시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시행되지 않은 사업 중 해당 시설의 설치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 국가가 보조·융자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의 경우 그 대안으로 민간사업자에 의한 민간공원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면서 주민 간 찬반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청주 매봉산공원 민간개발 촉구 수곡2동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청주시는 매봉산공원 민간개발을 하루속히 추진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달라"며 "도시공원 민간개발 반대 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의 일봉산 민간공원 개발을 둘러싸고도 토지 소유주들은 "50∼60년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조속한 개발을 요구한 반면 시민단체 등은 "천안의 허파가 파괴에 직면했다"며 녹지보전을 촉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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