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여성단체가 지난 13일 충북에서 처음 결성됐다. 황경선 민주당 충북도당 전 여성위원장과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 김정자 D&H 협동조합 대표 등은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4차 서울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충북여성 환영위원회'의 결성 기자회견을 했다. 충북여성환영위는 23명으로 시작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한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국민정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이날 충북여성환영위의 공동대표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원 4명 모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충북여성환영위가 남북평화 분위기를 확대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한다는 취지로만 알고 참여했지만 이날 기자회견 내용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충북여성환영위는 아날 결성식 기자회견에서  "전쟁 위협과 분단으로 가장 큰 피해자들인 여성들이 앞장서서 충북여성 환영위원회를 결성해 이후 충북 전 지역에서 여성이 중심에서 평화운동을 실천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공감되는 말이다. 이어 "남과 북의 평화와 우리 민족의 번영을 촉진하게 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특히 질의응답에서 (6·25 전쟁) 휴전 후 태어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3년의 전쟁으로 70년을 서로 미워하는 교육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북에 돈을 주고 우리에게 총을 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사실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과거 총풍 사건을 예로 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 냉전 상황이 모두 우리정부의 책임으로만 비춰질 수 있는 답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만으로 평화가 올 것이란 속단도 문제이지만 북한의 남침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이 희생된 6·25 전쟁의 유가족과 참전용사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데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던 민주당 지방의원들의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충북도의회 육미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동대표에서 사퇴했고 환영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육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에 포함됐던 청주시의회 변은영 의원은 "통일을 대승적 차원에서 지지하지만,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고, 유영경(청주 사) 시의원도 이날 오후 마찬가지 이유로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했다.환영위 참여자에 포함됐던 윤남진 도의원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심도 있게 판단해야 할 사안 같다"며 "참여를 보류한다"고 말했다.

북한 선전매체는 "김 위원장 환영 열풍이 남쪽을 강타했다"고 했지만 최근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등 남북정성회담 합의 내용을 앞으로 잘 지킬 것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으로 나온다. 남북문제는 우리민족의 평화와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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