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주의의 모든 인간관계까지 망라해 볼 때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은 결국 무지 즉 알지 못함에서 오는 것에서 기인하며, 과학의 발전도 그러한 불리한 인간환경조건 개선을 위해 꾸준히 달려 온바 오늘날의 정보소통기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무지는 공포와 두려움을 낳는다. 즉,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은 대개 그 대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거나 알아도 어렴풋이 정보가 거의 없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과학 이전의 시대에는 인간 스스로 경험하고 터득한 경험지식으로 추리하고 판단하였다. 전기가 귀했던 시절 깜깜한 밤길 같은 어두움의 공포는 그 역시 앞을 분간할 수 없어서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오는 공포이다. 이때 우리는 공포의 대상을 직접 이미지로써 적극적으로 추리하고 상상해서 아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다.

공포 대상의 하나인 귀신의 형상은 한국인의 평균적 이미지로 조합된 것으로 일단 늘어진 흰색 옷을 입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있는 젊은 여성이 전형적이다. 중국의 경우 영화에 소개되는 것들을 보면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들고 콩콩거리며 뛰어 다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역시 생소하여 두려운 형상이 되지 않는다. 서양인들의 미리속에 투영되는 귀신의 이미지는 역시 그들의 문화에 기반한 형상으로 등장한다. 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인 생물체의 이미지도 역시 인간이 알고 있는 동물의 신체 구조에 더한 괴상한 머리를 달고 있는 형상을 조합해 낸다. 이처럼 두려움의 대상이란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형상을 자신들의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조합해 형상화 한다.

이제 엄청난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며사는 디지털 시대에는 흰옷입은 귀신 이야기는 아득한 전설이 된다.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은 똑똑해진 인간의 과학활동으로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오만과 자신감으로 채워진다. 디지털 시대의 후속세대들에게는 그러한 공포대상은 이미 전설의 고향 이야기이다. 인간의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을 타파한 디지털 정보혁명은 인간 본성의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까지 일거에 거두어 간 것인가.

디지털정보혁명은 정보부재에서 오는 공포 현상을 완전 일소한 것인가. 넘치는 정보로 우리는 환경감시에 대처하기에 너무나 편리한 세계로 이미 들어섰다. 실로 순식간에 손안으로 들어오는 원하는 정보들로 위험에 대해 손쉽게 사전대비 할 수 있게 되었다. 멀리서 오는 태풍경보도 미리 대비하며,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웃나라간 전쟁의 위험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보소통 수단으로 아날로그 시대에 비교하면 훨씬 안전하게 통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첨단 기술이 가지는 무결점의 신화를 맹신해서는 안되며, 결함에서 올 수 있는 또 다른 공포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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