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권위주의적 양육 방법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긴 것이 방임주의적 방법이다.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자녀가 부모가 되었을 때 그의 부모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자녀를 키우겠다는 다짐과 함께 생긴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은 이 방법을 가장 선호했다. 이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착각하면서 살아왔고 교육을 많이 받은 신세대 부모들이 주로 사용했다.

요즘은 일로 인해 바쁜 맞벌이 부부일 경우 방임주의로 자녀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퇴근 후 너무 피곤하니까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일 힘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자. 부모로서 충분한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고 놀아주지도 못하는 게 미안하다'는 죄책감과 보상심리 때문에 가능하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자고 생각한다.

자녀 양육에 대해 일관성 있는 목적과 방향을 정하여 자녀를 훈련하지 못하고 자녀 위주로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자녀가 원하는 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허용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최선을 다해 아이를 기쁘게 해 주자. 옛날처럼 많이 낳아 기르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편하게, 기분 좋게 해 주자.'라는 생각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다. 또 아이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통사정을 하거나 애원하기도 한다. '제발 엄마 아빠 말 좀 들어 줘. 한 번만 부탁이야.' 이런 식이다.

자녀를 위한 규칙을 세웠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더 많다. 아이가 성가시게 졸라대거나 고집을 부리면 '그래, 오늘 한 번만 봐 줄게'라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 마음속에 규칙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희박해지고 언제든지 떼를 쓰면 규칙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위주의적인 부모 아래서 자유 없이 자란 경험 때문에 자녀에게는 가능하면 많은 자유를 주고 싶어 한다. 또한 자기 생각과 감정이 부모에 의해 무시된 결과로 열등감의 소유자가 된 경험이 있어 자녀에게는 자신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이러다 보니 결국 부모는 늘 섬기고 아이는 요구하게 된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하는 일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른다. 오히려 자신에게 바른 훈련을 시켜주지 않았다거나 버릇없는 아이로 키웠다고 부모를 향해 원망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요구가 거절될 때는 강하게 분노를 한다. 언젠가는 '안 돼'라고 거절당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들은 지나친 좌절감을 느끼고 이를 분노로 표출하는 것이다.

날마다 보도 매체를 뒤덮는 사건 사고의 원인은 이렇게 방임적으로 자란 사람들의 심리가 여과 없이 행동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다. 부모의 잘못된 자식 사랑과 양육 방법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연출되는 어른들의 이런 작태는 그나마 가정에서 잘 양육된 아이들마저 도매금으로 끌고 가고 있으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지만 그래도 교육만이 살 길이다.  그리고 자신은 과중한 책임감이 주는 압박감을 느끼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각과 함께 자녀에게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사는 자녀로 키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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