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드라마 같은 그 순간을 베트남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 덕분에 국내 공중파를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경기도 훌륭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현장에 갑자기 난입한 선수들이 물을 뿌리고 책상을 치며 환호했고, 그 장면을 모든 국민들이 보게 되었다. 물세례를 받은 박항서 감독은 안경에 묻은 물을 차분히 닦아내고 선수의 볼을 자애롭게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선수들의 얼굴은 승자의 기쁨과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감독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누군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사람에 대한 존경이 아닌, 그 지위와 권력에 대한 존경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위가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진심보다는 나에게 굽혀주고, 비위를 맞추어 주는 사람을 편안하게 느끼기 쉽다. 그러다보면 리더십은 없고 팔로십만 강조하게 되며,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로 조직이 채워지게 된다.

박 감독의 리더십은 체력관리와 훈련에는 엄격하지만, 선수들에게 농담을 하고, 자주 장난도 치며 삼십 년 차이 나는 선수들과 한 팀이 되어갔다. 지난 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발마사지를 해주는 장면이 선수의 SNS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7일 스즈키컵 결승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기내에선 부상을 입은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며 “부상당한 널 편한 자리에 앉혔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러한 감독을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감독으로서, 더 나이든 세대로서 대우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낮추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들었고, 국적도 언어도 세대도 다른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10년 만에 동남아 전체에서 축구 최강국으로 증명 받는 승리의 트로피를 안게 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 주는 감동은 특별한 능력과 카리스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인간 박항서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그의 따뜻한 아버지 리더십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사랑했던 축구를 놓지 않았던 그의 용기와 끈기는 대한민국까지 전해졌다. 덤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국제관계에 순풍이 불고 교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많이 기업들이 박 감독의 이미지로 도움을 받고 있다니 감사할 뿐이다. 한 명의 진정한 리더가 선한 영향력으로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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