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이는 인간이 생각하고 궁리하는 사유(思惟)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성적으로 명령을 내려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물의 이치나 원리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판단이나 추리 따위를 거치는 이른바 이성적(理性的) 작용이 필요하다.
현실 세계는 복잡성과 다양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자율적 사유(思惟)를 바탕으로 질서 있게 정리하여 통일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대에 이르러 수학자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하였다. 이는 바로 이성의 본질이 개념적으로 두루 생각하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현실 속에 내재된 복잡한 현상들은 논리적 사고(論理的 思考)의 과정을 거쳐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무의식(無意識)' 실험을 통해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동물적 감정을 '감성'이라 하였다. 감성(感性)이란 '어떤 자극을 오관(五官)인 눈, 코, 입, 피부 등을 통해 느끼고 인식 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능과 관계되는 세계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된 무의식이 행동과 정서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그 이전에는 감성의 작용을 배제하고 이성에 의해 관리되는 합리적·논리적 사고체계를 정리하는 것이 오랜 철학의 주제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감성의 논리다.

영국의 유명 여류작가인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그의 작품 중에 '이성과 감성'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언제나 분별력을 잃지 않는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Eliner)와 사랑에 울고 웃는 '감성적'인 그녀의 동생 메리앤(Merianne)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이들이 서로의 삶을 비교해 가면서, 이성과 감성 사이의 균형점을 잡아 나가는 방법을 배워 간다는 점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절제하고 이성적 판단에 따른다. 이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감성은 이성보다 더 큰 영역에서 인간의 삶을 주도하고 판별하는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 감성을 고려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나아가 감성을 통해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공감력도 키워 갈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로 보아 이성과 감성은 인간의 정신을 지탱하는 두 개의 큰 기둥으로 양면적 가치가 것으로, 우리는 이성과 함께 감성이 어우러지도록 힘써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이다. 물론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성이나 감성은 선천적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후천적 노력으로도 계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핌은 물론 학습과 훈련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모쪼록 이성과 더불어 감성의 어우러짐을 통해 온전하게 행동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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