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원대복귀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가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9일 청와대 특감반이 직무범위를 넘어 기업·언론·여야정치인·학계인사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정보 수집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100여 건의 동향·감찰 보고서 리스트에는 대학교수,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주 및 취재기자 관련 첩보,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파악,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대선자금 모금 관련 첩보, 고건 전 서울시장 아들의 비트코인 거래 및 보유 상황 등 다양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보고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나 원내대표“”특감반이 마구잡이로 민간인 사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우제식 전 의원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관련 의혹 폭로에 이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청와대는 특감반에서 생산된 정보는 복사나 촬영이 엄격한 과정을 거쳐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확신을 못해도 청와대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김 수사관 측은 3기에 걸쳐 역대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축적한 노하우로 자료를 소장해 놓고 있을 수도 있어 그의 폭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당이 구체적인 감찰 내용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리스트만 보더라도 민간인에 대한 감찰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들 문건은 김태우가 마음이 다른데(과기정통부 감사관 자리를 지칭함) 가 있을 시기여서 거의 지라시 수준의 언론사찰 내용이었다”고 별것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 비서관은 “나는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비위혐의자(김 수사관)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어져온 폭로내용 등 정황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가 주장하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는’ 정도의 비난으로 덮고 갈 상황은 아니다. 특감반원을 전원 원대복귀시킨 대응 방식 자체도 사안을 너무 쉽게 인식한 것이다.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아니다.

더구나 언론의 보도 방향이나 김 수사관의 폭로는 갈수록 청와대의 근원적인 오류를 지목하는 쪽으로 번져가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주시해온 정치권은 한국당의 감찰보고 리스트를 폭로하면서 급속히 정치 쟁점화와 국정조사 실시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20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언론인마저 무차별 사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헌법을 짓밟아서라도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며 특감반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정권실세 비리 은폐 의혹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는 연일 땜질식 대응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차제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적 정보수집 관행이 없었는지 되돌아 보고, 진상을 소상히 알리는 일부터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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