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 방안 중 현 상태에서 기초연금만 늘리는 2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해마다 수조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한 채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022년부터 기존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내지 않으면서도 노후 보장소득은 늘어나는 안이라 정치권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가 재정엔 치명적이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했을 때 해마다 5조~6조원의 예산을 더 써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에는 37조 1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정부가 2021년부터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7조 9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고령화 추세대로라면 향후 10년 뒤 추가로 필요한 재원만 10조원이 넘어갈 게 확실시된다.

나라 곳간이 빌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연금만 강화하는 안은 미래 세대의 수입을 뺏어 현 세대에게 노후자금으로 나눠주는 셈이다. 기초연금은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같이 부담하는 터라 지방재정 고갈이 야기될 공산도 크다. 물론 국민의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만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데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고, 그마저도 성인 인구의 45%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강화하는 다층 연금 체계가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수혜자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건 피해야 한다. 기초연금 강화에 앞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여야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민 노후보장 체계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공개한 개편안과 비교하면 노후 소득 보장에 무게를 두고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거부감을 완화하는 데 주력하긴 했다.

이번 개정안 중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의 조합으로 최소한 월 100만원 안팎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 1인 노인 가구가 은퇴 후에 필요한 최소생활비(월 95만~108만원)를 충당할 수 있도록 가닥을 잡은 것은 잘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게 받고 더 많이 주는' 기형적인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이다. 또 연금 개혁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져야 매듭된다.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소득 대체율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 연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요지다. 연금의 재정 안정성보다는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고통 분담과 책임 의식이 없다면 연금 부담에 대한 갈등과 혼란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지만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법은 찾기 힘들다. 때문에 어정쩡한 개편안은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필요한 정책이고 가야 할 길이라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고 의무다. 정부 개편안이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거치면서 '개악'될 가능성도 높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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