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님이 촛불혁명이라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국민적 열망을 통해 대통령직에 오른지 1년6개월10일 시점에서 지지율49%(갤럽)를 기록했다는 것이 화제다. 트럼프대통령 35%, 일본 아베지지율 38%와 비교하면 전체국민의 반 가까이가 아직도 문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aspect)에 대해 말할 때, ‘물이 반 밖에 없다’ vs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는 비유를 종종 들게 된다. 같은 회사에서 조사한 집권 초기의 국민지지율 84%와 비교하면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35%의 지지율 하락은 뉴스가 될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2017년 5월 10일, 촛불혁명에 의해 문대통령이 당선되었던 시점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84%(100명 중 84명이 지지)라는 전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당시, 국민들의 마음은 평생을 남북으로 나뉘어 총칼을 들이대고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공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게 해 주면 좋겠다는 일심(一心)뿐이었다. 즉, 생(生) vs 사(死)라는 절체절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줄, 어쩌면 단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줄 요술램프 지니를 갈구하고 있었다.

시계를 다시 지금으로 돌려놓아 보자. 한반도에서 이제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평화가 찾아왔다. 총부리를 겨누던 남과 북이 우리 살아생전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을리 없다고 단언했던, 남측과 북측을 가로막고 있던 DMZ에서 양쪽 GP(감시초소)를 철거하는 작업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군인들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느새 그저 전쟁이라는 그늘에서 내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잠자리에 들 수만 있기를 바라던 마음은 저만치 헌신짝 버리듯이 내쳐버린 것이다.

생(生)이라는 한 점에 집중했던 우리 마음은 어느새 업(業)으로 이동했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를 국민에게 바치겠다고, ‘이제까지 온 국민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고 있는 대통령에게 우리는 이제 전쟁 위험은 없어졌으니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망각곡선(Forgetting Curve)을 만든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을 때 정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실되는데, 사람은 새로운 지식이 의식적으로 학습한 지식을 복습하지 않는 한 기억한 내용이 반으로 준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잊을만 하면 북한을 충동시켜 긴장국면을 조성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의 공포를 잊지 못하도록 반복학습을 시켜 온 지난 정권이 은연중에 국민을 대상으로 망각곡선을 실험한 것은 아닌지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궁금하다.
 

이해 당사자를 영어로 stakeholder라고 표현한다. 말뚝(stake)을 박는 사람(holder)이라는 뜻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초연할 수 없다. 삶이 확정되는 순간 우리는 무수한 말뚝을 박는다. 권리만 외치는 무리에서 타협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힘들어 하는 한 쪽을 받치려고 하면 당연히 한 쪽은 손실을 보게 된다. 9개를 가진 자가 1개를 채우고자 한다면 어려운 사람은 늘 어려워야 한다. 무술년이 지나 사람과 식성이 가장 닮았다는 기해년이 눈앞에 와 있다. 높은 출산율로 재운(財運)을 몰고 온다는 돼지꿈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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