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지난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만 24살의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김 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기는 하였지만, 사내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위험을 외주화하는 사내하청을 규제하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고, 국회는 여론에 밀려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사내하도급과 근로자파견 모두 자신의 근로자가 아닌 외부 인력을 데려다 사용하는 것으로, 원청회사나 사용사업자는 고용관계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런데 사내하도급의 원청업자는 하청업자의 근로자에 대해 지휘․감독을 하지 않지만, 사용사업자는 파견근로자에 대해 지휘․감독을 한다는 점에서 둘은 차이가 난다.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가 자신이 지휘·감독 아래 일을 시키면서도 고용관계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여러 제한이 가하여지고 있다. 대상 업무가 컴퓨터, 주차, 경비, 조리, 여행안내, 사무종사 등 32개 업무로 한정되어 있고,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건설공사현장, 운전,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 등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파견기간도 연장을 포함하여 2년을 넘지 못한다.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사업자들은 위와 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인데 형식적으로 사내하도급인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있고, 이와 관련한 소송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 2. 26. 대법원에서 확정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인데,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일반적인 작업 배치권을 가지고 근로자가 수행할 작업량 등을 결정한 점, 사내협력업체가 도급받은 업무 중 일부는 현대자동차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동일하여 명확히 구분되지 아니하는 점 등을 들어 그 근로형태를 사내하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사업으로 보았다.

근로자파견과 사내하도급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업무에 대해서는 사내하도급 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 금지’는 오늘날 자본과 노동이 전면적으로 충돌하는 문제이고,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다수 국가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역사가 흐르면서 최저임금,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으로 근로조건이 많이 개선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은 이윤 극대화라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양보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법적으로 최저임금, 노조권 등이 보장되어도, 사내 하도급으로 그들은 내 근로자가 아니야 하면 그만인 것이다. 돈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일터는 아직도 우리에겐 먼 세상의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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