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옛 연초제조창 재건축
연면적 2만㎡ 지상 5층 규모
2020년까지 5100여점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1층에 마련된 보이는 수장고에서 기자단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신홍균기자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국내 첫 수장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이하 청주관)가 정식 개관식을 하루 앞둔 26일 언론에 공개됐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네 번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청주관은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공간이다. 연면적 1만 9855㎡, 지상 5층 규모로 짓는 데 1년 9개월 간 공사비 577억원이 투입됐다.

미술관은 10개 수장공간과 15개 보존과학공간, 1개 기획전시실, 2개 교육공간, 조사연구 공간인 라키비움 등으로 구성됐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로 기능하는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4000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1100점 등 5100여 점(2020년 기준)을 소장할 계획이다.

우선 현대미술관 소장품 1천3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점이 청주관에 옮겨 왔다.

청주관은 '열린 미술관'을 표방한다.

미술품을 수장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개방형 수장고를 1·3층에 마련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술관 소장품은 극히 일부만이 전시 때나 잠깐 바깥나들이를 할 뿐 대부분 생을 수장고에서 보낸다.

보안과 훼손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미술관이 폐쇄적이라는 인식을 굳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문제와 수장고 포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 개방형 수장고다. 이미 스위스 샤울라거,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등지에서 개방형 수장고를 운영한다.

이 날 공개된 358평 1층 개방형 수장고에는 현존하는 근대조각 중 가장 오래된 김복진의 '미륵불', 페미니스트 미술가 니키 드 생팔의 조각 '검은 나나',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의 '데카르트' 등 명작이 한데 놓여있다.

이곳은 행인들도 일부 작품을 유리 벽 밖에서 보는 '보이는 수장고' 성격도 갖는다.

큐레이터가 적극 개입하는 일반 전시와 달리 개방형 수장고에서는 관객이 좌대와 선반에 놓인 작품들을 마음대로 감상한다.

전시를 위한 특별한 장식이 없는 만큼, 작품을 '날 것' 그대로 만나는 느낌도 강하다.

현장을 안내한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기존 전시장이 백화점이라면 여기는 '코스트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층 특별수장고는 연구자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심도 있게 열람·조사하는 공간이다.

임응식·육명심·김정숙·서세옥 등 미술관에 작품이 30점 이상 소장된 작가와 장 팅겔리, 베르나레 브네 등의 대형 작품이 일차로 배치됐다.

미술관 내부에서도 가장 폐쇄성이 강한 보존과학실 역시 이 곳에서는 '보이는' 형태로 운영한다.

관람객들은 투명한 창을 통해 그림 수복 과정 등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장엽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주관은 미술관이 더는 비밀스러운 성역이 아니라 투명한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미술품 보존과 관리를 청주시민을 비롯한 국민이 감독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을 중심으로 전국 공·사립미술관 보존처리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억원에 달하는 관련 장비가 청주관에 배치됐다.

미술관은 지역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지역 미술관, 작가 레지던시 등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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