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청와대가 외교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휴대폰까지 쓸어가 검색하는 등 무차별인 과잉 감찰을 벌였다는 등 연일 ‘불법·과잉’ 사찰 의혹이 공개돼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26일엔 외교부 고위간부, 27일엔 환경부 및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도를 넘는 감찰 내용이 폭로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파견근무하다 원대복귀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언론에 털어놓은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특감반은 외교부 내의 ‘언론 빨대’(정보 제공자)를 찾겠다며 외교부 차관보에서부터 과장급까지 미중일 외교라인의 핵심 인사 10여명을 대상에 올려놓고 감찰을 실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특감반은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휘하에 역할을 배분, 조직적 감찰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공분을 사는 부분은 청와대와 정부가 공기업 및 각 부처 산하기관의 주요 임원 성향을 분석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단체 선별지원을 ‘블랙리스트’라고 비판했던 정권이 맞는가 싶다. 처음 김 수사관이 불법적 민간인 감찰 내용을 폭로했을 때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 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는 원색적 비난을 내놓으며 “윗선에 보고하거나 지시없이 개인이 임의로 정보를 수집한 것이며, 보고를 받은 감찰반장이 감찰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해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했다” 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날 잡아가도 내 폭로가 팩트이기에 반드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첩보 범위을 벗어난 동향 파악은 청와대에서 나만 한 게 아니다”라고 밝혀 더 큰 ‘불법적 사찰’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더 실망스러운 양상은 이번 사건을 대하는 여당과 청와대의 반응이 4년 전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박관천 감찰 문건(보고서) 유출 사건’의 반응과 좌우가 겹쳐질 정도의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몰아갔다. 현 청와대의 “미꾸라지 한마리…”주장과 비속어 수준까지 비슷하다. 감찰반 수사관을 공무상 기밀누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똑 같다. 여야 위치가 반대였던 당시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과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반응들도 누가 어떤 사건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혼동할 정도로 유사하다.

이런 와중에 검찰이 26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으나 그 방식도 4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었다.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민정수석실 진입을 불허했고, 임의제출방식으로 PC를 제출받아 청와대 출입구인 연풍문 2층 민원인 접견실에서 포렌식 검색을 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 때 환경부 장관을 감찰한 배경이 흑산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부 장관을 찍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비롯해 우윤근 주러대사 ‘금품수수’의혹,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커피메이커 업체 사장인 우제창 전 의원 ‘유착비리’의혹 등을 비롯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표한 김 수사관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특검을 도입해야 할 대형 의혹들이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도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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