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하루 종일 택시가 거리에서 보이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총파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이달 들어 세 번째 택시파업이다. 시위가 있는 전국 중요 지역에는 '카풀' 반대를 외치는 택시기사들로 거리를 메웠다. 하지만 대중교통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으나 택시를 이용하려던 많은 사람들은 당국에 대한 볼멘 소리가 높았다.

언제까지 국민을 볼모로 한 택시 파업을 지켜봐야 할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택시 파업의 진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정과 업계가 벌써 1년 넘게 택시·카풀 상생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택시업계가 급기야 실력행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시위가 있던 날 카풀업계는 보라는 듯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카카오는 시범운영 중인 카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했고, 다른 카풀업체 ‘풀러스’와 차량공유업체 ‘쏘카’도 무료 또는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며 맞섰다.

이처럼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한판 대결을 벌인 하루가 됐다. 택시업계는 독점적 영업권을 누려온 시장을 지키려 하고 카풀업계는 그것과 겹치는 새 시장을 만들려고 맞섰다.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을 내세워 카풀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카풀업자는 시대의 변화와 경쟁력을 말하며 이 서비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생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안타깝지만, 택시를 위해 카풀을 금지하라는 논리는 자동차가 발명됐는데 마부들을 위해 계속 마차를 타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같은 논리를 따르자면 기사의 존재가 필요 없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율주행택시도, 교통체증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에어택시도 국내에서는 도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는 물리력을 동원해 잠시 늦출 순 있을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집단행동이 그것을 늦춘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변화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정부가 줄기차게 외치는 규제개혁이 바로 그런 변화를 수용해 낙오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이해관계 충돌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택시와 카풀의 갈등은 그 서막이며 상징적인 선례가 될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은 향후 유사한 갈등에 대응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을 투입해 불만을 잠재우는 식의 땜질처방은 결코 좋은 선례일 수는 없다. 기존 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 그 종사자들이 절망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길, 신산업이 잡음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 자연스럽게 산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려면 필요한 노력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중재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도 갈등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쳐해 있다.

 정부가 출퇴근 시간대를 정해 유류비 정도를 내는 선에서 카풀업을 허용하면 된다. 또 법인택시 기사의 사납금제 폐지 및 월급제 추진 등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장 방안 마련도 그렇다. 법인택시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세제 혜택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내세우며 운행 시간 제한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합리성을 토대로 중재안을 내면 택시업계나 모빌리티업계는 이를 존중하고 승복해야 할 것이다. 택시·카풀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정부는 중재자로서 양측과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반드시 원만한 결론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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