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어느덧 2018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2019 기해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흔히들 새해를 맞이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객쩍은 사설들로 마음 설레며 기분 들뜨기 마련인데, 그러기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과 자기완성을 위한 소박한 각오하나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고도원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 중에 나오는 ‘인생은 여행이다’와 ‘사랑합니다’ 라는 표현은 참 인상적이다. 오늘의 나를 떠나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만나는 일을 간결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와 닿게 함으로써 감성을 자극하는 느낌을 받아 미완의 삶에 대한 아쉬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눈물겹도록 고맙기까지 하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하면서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는 나로부터 벗어나 내일의 새로운 나와 소통하는 일은 깨닫기 위해 그리고 오늘의 삶이 아무리 버겁고 외로울지라도 언제나 그 여행을 사랑하고 감사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랑! 어느 누가 우리에게 사랑의 정의를 물어본다며 사랑을 딱히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리고 사랑이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한 형태인지 아니면 영원한 미완성인지 질문해 온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망설여야 하나?

우리는 늘 그 무엇엔가 목말라 있다. 매일 목마른 우리이기에 목마른 우리의 의식, 잠들기 쉽고 졸기 쉬운 우리에게 사랑은 시들지 않는 푸르디푸른 상록수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이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하지만 우리가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따름이며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랑의 그 길은 인생의 긴 여행 속에서 자기완성을 위해 일생동안 누구에게나 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명심을 해야 한다. 진실한 사랑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겪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아도 우리는 원인 모를 우울함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감정에 빠지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 견고할 때에는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만나 소통을 함으로써 감정의 동요가 오지 않을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사소한 일에도 견디기 힘든 혼란스러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인간적으로만 치우치거나 지나치게 신적이 아닌 우리들은 선의 종도 아니고 악의 시종도 아니다. 괴테의『파우스트』에서처럼 우리는 파우스트가 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도 될 수 없다. 어찌 생각하면 복잡하고 혼탁하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영혼을 공중에 매단 채 땅에 내려올 수도 하늘로 올라갈 수도 없는 가엾고도 가여운 날개 없는 존재들인 우리는 스스로 인생이란 긴 여행 속에 자기완성을 위하여 끊임없는 사랑과 감사함을 갈구하는 영원한 보헤미안이라고 자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인생은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유형의 결과는 아닌 것 같다. 그러므로 미완의 삶에서 완성의 삶에 도달하고픈 사랑과 감사도 자기완성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자 융의 아브락사스(abraxas)에서처럼 우리는 세상의 당당한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하찮은 먼지에 불과하다. 강함과 약함,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선함과 악함이 모두 우리들 의식에 내재해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의 존귀함과 연약함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과정은 아닐까? 라는 반문도 필요할 것 같다. 따라서 다가오는 2019년 새해에는 내일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삶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감사함을 통하여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의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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