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서울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청년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하여 잡혀가는 사건이 크게 보도되었다. 자포자기한 듯한 얼굴로 살인의 이유에 대해 말하는 일그러진 입 모양을 보며 섬뜩함을 느낀다. 그도 그의 부모에겐 소중한 아들이었을 텐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자녀 양육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하나는 자기훈련이 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크게 환영받으며 성공적인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자녀로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부모의 양육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특히 권위주의적인 부모에게서 이런 자녀가 많이 나타난다.

권위주의적인 부모는 주로 보상과 체벌을 자녀의 훈련 방법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자녀는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나름의 기준을 갖고 판단한다. 먼저 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보상이 없는 경우에는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다음으로는 벌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무섭거나 벌이 무서워서 억지로 해온 자녀들은 그것이 없을 때 그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부모가 없는 장소에서는 더욱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나 제3의 장소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위 사건의 청년은 부모가 없는 장소, 즉 PC방에서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여 하지 말아야 할 일, 즉 사람 죽이는 일을 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부모의 자녀 양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미 이런 비극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훈련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상황이 어떠하든, 칭찬을 받든 받지 못하든, 부모가 있든 없든, 상벌에 상관없이 이 일은 내가 할 일이니까 한다.’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반복할 때 자연스레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데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발적이기보다 상벌이나 꾸중과 협박이 예상될 때에만 바람직한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부모만 이런 양육 방법을 사용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권위적인 방법이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고 대부분 부모가 선호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양육된 많은 사람이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므로 어이없는 살인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하리라는 예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서둘러 부모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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