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나이가 들어갈수록 트로트의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트로트 장르는 1928년 문수일 작사, 김서정 작곡의 '세 동무'에 이르러 창작곡으로 시작하였고, 1932년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의 적'(일명 '황성 옛 터')을 거쳐, 1934년 고복수가 부른 '타향'(일명 '타향살이')과 1935년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에 이르러 지금의 모습이 정착되었다.

트로트 가사는 그 정서가 신파적이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감정을 해소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다보니, 일제 강점기, 6·25전쟁, 고향을 떠나거나 형제자매와의 이별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우리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반영 하는 경향이 크다. 해방이후 경제 개발을 이루고 한국사회가 발전하면서는 내용의 비극성은 사라지고, 리듬은 경쾌해지고 긍정적인 가사내용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길어진 평균수명을 반영하듯 인생을 관조하며, '즐겁게 살자'는 트로트가 히트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수 김연자씨의 아모르파티가 대표적인 곡 중에 하나 인 것 같다. 아모르파티는 아모르(amor)와 파티(fati)가 합쳐진 말로 아모르는 '사랑'을 파티는 '운명'을 뜻한다. 놀랍게도 이것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용어로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의 인생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가사를 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 서 무엇을 그려야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프던 행복이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이하 생략」 인생사가 들어 있는 가사인데, 리듬은 참 밝고 구성지다.

2018년은 정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고, 보람도 있었다. 힘겨웠던 일들은 시간과 함께 떠나보내는 마음에 2019년 기사년 새해가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어가며, 해가 바뀌어도 우리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며, 인생의 주기마다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어쩌면 삶이 주는 지혜 중에 하나는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성숙된 마음이 아닌가 싶다.

2019년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아모르파티'이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우리의 삶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열심히 견디고 살아온 '나'를 칭찬하며 2018년도를 아름답게 보내주자. 그리고 2019년에 우리 모두 '아모르파티'를 외쳐보자!  2019년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아모르파티!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2019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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