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우리 일상은 결정으로 이뤄진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일어날까 말까'의 결정이다.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까, 저녁 약속을 할까, 하면 누구와 할까 등등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는 결정을 내린다. 결정에는 중요한 결정,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결정이 있다. 무의식적인 결정도 있는데, 우리는 이걸 '습관'이라고 부른다. 점심 메뉴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는 중요한 결정이 아니다. 누구랑 결혼을 할지, 집을 살지는 중요한 결정이다. 다만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상당히 비슷하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과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이 매우 다를 것 같지만, 그 결정을 주도적으로 한다면 '결정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내게 더 좋은 것을 선택한다.

결정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목표를 향한다. 목표가 없는 결정은 분주함에 불과하거나, 쓸데없는 행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고층빌딩 꼭대기에 있는 사무실에서 바삐 뛰어 내려왔는데, 로비에 와서야 중요한 서류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올라가 서류를 챙긴 뒤 버스에 올라탔는데, 아뿔싸!! 사무실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로 올라가 뒤처리를 했다고 치자. 상당히 바빴겠지만, 서류를 갖고 내려오는 하나의 목표만 이룬 셈이다.

출근시간이 바쁘다고 서두르다 보면, 엉뚱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실수로 끝나면 좋지만 급하게 서두르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넘어지거나 하면 아예 출근을 못하는 일도 생긴다. 출근이 목표는 아닌데도 말이다. 출근은 일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일은 살아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기자 생활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일이 '마감'이다. 말 그대로 '데드라인'이다. 어떻게든 기사를 완성해야 하지만, 취재가 불충분하거나, 취재원의 '워딩'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기사 완결이 어렵다. 이 경우, 충분한 후속 취재를 해야 하지만 '빨리빨리'가 문제다.

큰 오보는 빨리 빨리에서 시작된다. 취재-편집-교열-인쇄로 이뤄지는 신문사 시스템에서도 오보가 나려면, '앞선 기자가 확인했겠지'라는 엉뚱한 확신이 화를 불러일으킨다. 누구보다도 빨리 발간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험상,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도 신중함이 '빨리빨리'보다는 훨씬 그 결과가 낫다. 즉각적인 대응을 할 경우 후유증이 크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동쪽을 치는 듯이 하면서 실제(實際)로는 서쪽을 치는 병법(兵法)의 하나)가 난무하는 상황이라면,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지 헛되이 분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정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빨리빨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다. 너무 빨리 하다보면, 오히려 실수가 많이 생겨서 목표와는 동떨어진 활동이 된다. 오히려 '급할수록 돌아가라'가 정답이다. 새해에는 빨리빨리 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더 새기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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