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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수장고와 청주의 상상력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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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3  14: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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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서원대 교수] 일본 규슈(九州) 동남쪽 미야자키(宮崎)현의 작은 도시 사이토(西都). 고즈넉한 이곳엔 4~7세기에 조성된 고분 300여 기가 산재해 있다. 사람들은 사이토바루(西都原) 고분군이라 부른다. 고분군의 한 켠엔 사이토바루고고박물관이 있다. 10년 전 찾았던 이 박물관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터널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분위기의 입구도 그랬고 선사시대 돌도끼 실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랬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관람 동선(動線) 마지막에 위치한 수장고였다.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른바 '개방형 수장고'였다. 수장고의 대표 유물은 인골(人骨)이었다. 각각의 나무 상자 속에서 유리창 쪽을 향하고 있는 수많은 두개골들. 1500여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두개골을 한눈에 볼 수 있다니, 그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청주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27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담배공장(연초제조창) 건물을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했다는 점, 국립현대미술관 공간이 지방에 생긴다는 점, '수장고형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청주관은 개관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핵심은 개방형 수장고가 아닐 수 없다. 청주관은 개방 수장고(open storage),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 보이는 보존과학실, 일반 수장고와 일반 보존과학실, 기획전시실, 라키비움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직접 들어가 보관 상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개방 수장고, 유리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가 개방형 수장고에 해당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 개관에 맞춰 소장품 1300여 점을 청주로 옮겼다. 2020년까지 2700여 점을 추가로 옮겨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체 소장품 8100여 점의 절반을 청주관이 소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미술은행 소장품 1000여 점도 옮겨온다. 근현대 미술의 명품들을 수장고에서 직접 만난다는 건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이처럼 좋은 미술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도시가 또 어디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양한 교육 감상 체험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지역 사회의 화답과 협조, 아이디어 공유가 필요하다.

사이토바루고고박물관 개방형 수장고의 충격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눈 앞에 쫙 펼쳐진 1500여 년 전 두개골들. 우리 눈엔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은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직업도 취향도 달랐을 것이다. 그들은 유리창 밖의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 충격은 나를 무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청주관의 개방형 수장고도 그랬으면 좋겠다. 설렘을 넘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 두고두고 얘깃거리를 만들어내고 한 사람의 기억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그 얘기와 기억을 전파할 수 있는 곳. 감히 말하건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종횡무진 상상력의 싱그러운 보고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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