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홍 보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서기홍 보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용수의 저서인 『중론』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만리를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사이가 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잃어버리면 같은 침상에서도 먼 사이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소통'은 우리나라 전체의 화두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인간관계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소통은 결국 '말'로 이루어진다. 전화, 대면, 메시지, SNS 등 우리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들의 기본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얼마 전, '허프포스트'에서 소개한 생각의 오류 7가지를 읽은 적이 있다. '말 안 통하는 사람들의 7가지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분법적 사고, 상대방 낙인 찍기, 지나친 일반화, 긍정적 상황의 배제, 상대방 마음 속단, 최악의 상황 설정, 자기 중심적 사고가 그것이다. 이러한 비이성적 사고들은 판단과 결정 등에 문제를 일으켜 원만한 '소통'의 장애요소가 된다고 한다. 결국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일곱 번째 특징까지 모두 읽었을 때, 이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없는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안 통하는 사람일까.

사람이라면 완벽할 수는 없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사람 또는 전체를 판단하는 오만함, 부정적인 상황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사고방식,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 더욱 나쁜 방향으로만 펼치는 상상의 나래, 모든 상황을 자신과 연관시키는 태도 등은 살아가면서 몇 번 이상은 인간이라면 다 범할 수 있는 실수이다. 삶의 모든 순간 동안 현실 감각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존재한다. 필자가 생각의 오류 7가지를 다 읽고 잠시나마 자기 파악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 말이다. 잘못된 사고방식을 원천봉쇄하고 살 수는 없지만 경계하고 교화할 수는 있다.

결국 '소통'에 능한 사람 즉,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생각의 오류들을 깨닫고, 그것들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본인이 비이성적 사고와 판단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거나, 인지는 하고 있지만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소통'을 부르짖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변과의 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하소연하기 이전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불평을 하기 이전에 나부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인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먼저 타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만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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