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교수

 

[심완보 충청대교수] 중학교 시절 수업 중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인간은 왜 사는지 생각해 보고 각자 답해보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신 적이 있다. 당시 그다지 철학에 대한 지식은 일천 했던 필자가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겨우겨우 생각해 낸 답으로 ‘인간은 종족을 남기기 위해 생존한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20,30대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최근의 젊은이들을 무민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무민세대는 ‘無(없다)+Mean(의미)+세대’의 합성어로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을 말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가벼운 삶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부모세대에는 가난해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얻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현재 청년들은 가혹한 현실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無Mean’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성인남녀 11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대는 47.9%, 30대는 44.8%, 심지어 40대도 21.3%, 50대 이상도 22.1%가 본인이 무민세대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들이 무민세대 가치관을 갖게 된 이유로는 ‘취업,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등을 들었다. 이러한 무민세대의 39.7%는 본인의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이러한 만족도는 자신이 무민세대가 아니라고 답한 이들의 만족도 26.3%보다 높았다고 한다.

무민세대의 등장 원인에 대해서는 ‘수저계급 등 개선 불가능한 사회구조’, ‘경제 불황 심화’,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문화’, ‘경쟁 심화 사회’ 등이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다수의 개인 심리학 서적도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는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녹록치 않은 삶에서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고 '더 빨리'를 추구하는 세상의 속도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S 카드사 광고 카피문구이다. 당시대의 트렌드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잡아내는 그들이 왜 이런 문구를 선택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무의세대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어떤 교육학자 말에 의하면 지금 세대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펼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 청년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많이 터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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