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선 학교가 학사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겨울 방학을 늦추고 있는데, 학생들의 건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올해 겨울은 유독 추워 한파 주의보에 심지어 한파 경보까지 발령나는 지역도 발생하고 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적지 않으면서 전 국민이 추위에 떨고 있다. 기온이 급강하면서 환자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감기 환자는 물론이고 독감까지 만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생들은 온몸을 감싸고 등굣길에 오르고 있다. 방학이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받기 위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상당히 오랜기간 보통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방학을 시작했다. 여름 방학은 너무 무더워 수업을 받기 위한 학습 환경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겨울방학은 추위로 학업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12월 하순에서 1월, 2월 초순까지 방학기간으로 하고 있다. 방학을 둔 이유가 이렇게 무더위나 추위 등 날씨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하기 힘들다는 관점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겨울 방학을 보면 학생들과는 무관하게 단지 학교의 학사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직까지 방학이 시작되지 않은 학교가 부지기수고, 학생들은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아침 학교로 나서고 있다. 학교의 방학이 학사일정의 편의에 맞춰 결정되고 있다는 부분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학의 의미가 학습의 효율성과 능률에 맞춰야 하는 것이지, 학사 일정 준비에 끼워맞추는 식의 결정이라는 점이 그렇다.

일부 학교의 경우 기말고사를 마쳤고, 학습 진도가 다 된 상태여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전파력이 강한 독감이나 감기 환자가 속출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명 남짓한 한 학급에 독감 환자가 6명이나 되면서 나머지 10여명의 학생들만 수업을 받는 학교도 있다. 방학을 일찍 시작했더라면 독감이 번지지 않았을 것이고, 일찍이 수업 일정을 끝내면서 학생들의 학습도 제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학부모들도 학교가 방학을 늦추면서 혹시나 자신의 자녀들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습의 능률도 떨어지고 질병의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는데도 학교에서는 학사일정의 효율성만 강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충북은 독감 학생수가 지난달 셋째주 2800명, 넷째주 1672명이나 된 것으로 조사됐다. 만일 일선 학교에서 이러한 방학 일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방학을 늦췄더라도 기온과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유동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올해같은 경우는 더욱이 급격한 기온 저하와 A형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집단 집합 장소가 위험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각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해 방학 일정을 앞당기는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선 학교는 무조건식 운영이 아닌 상황에 맞는, 종합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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