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고등학교 3학년 취업이 고민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여 그 이듬해에 발령을 받았다. 발령지가 가덕면이었는데 어딘지 몰라 버스안내양한테 물어 겨우 찾아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여 년이 흘러 퇴임을 하게 됐다. 퇴임일자가 다가오면서 각종모임에는 송별식이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배님들 송별식에 그저 참석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당사자가 되고 보니 새삼 시간의 무심함을 느낀다.

공직의 마지막을 함께 한 오근장동 직원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무엇을 해주고 싶어 고민 끝에 취미삼아 해온 사진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든 것이다. 부서 소통의 날 행사, 생일파티, 야유회 등 다양한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송년회 날 나누어 주었다. 생각하지 못했다며 좋아하는 직원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며칠 전에는 뜻밖에 선물을 받았다. 같이 근무하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 퇴직을 축하한다며 예쁜 목걸이를 사들고 찾아왔다.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이다. 아이들이 비슷한 이들은 아기를 키우면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모처럼 해방이라며 좋아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장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퇴임식을 위해 사무실로 가는 길이 새삼스럽다. 처음 이 길은 설레는 맘으로 왔었는데 오늘은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가고 있다. 드디어 퇴임식 시간이 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친구들이 오고, 가족들이 한꺼번에 들이 닥친다. 막상 퇴임당사자가 되고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이 마른다. 자리를 가득 채운 지역주민들을 바라보며 퇴임사를 하는 맘은 떨림으로 이어져 책 읽듯 줄줄 읽어가던 중 엄마와 시어머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말할 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우쿨렐레를 함께 배우는 직원들의 멋진 연주가 이런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 해주고, 직원들이 준비한 동영상과 댄스 등으로 생각지도 못한 진한 감동을 건넸다. 젊은 직원들이 음악에 맞추어 댄스를 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행복했다. 언제 저렇게 준비를 했는지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필자가 퇴근을 하면 바로 모여 준비를 했단다. 이어서 직원 하나하나의 동영상멘트가 이어졌다. 다른 부서로 간 직원들까지도 모습을 담아 주었다. “함께 해서 행복했다, 우리들의 롤 모델이다”라고 말해주는 직원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특별히 잘 해준 것도 없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런 직원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밀려온다.

뜻깊은 퇴임식을 끝으로 공식적인 업무의 마무리와 40년 긴 여정이 서서히 저물었다. 지금까지의 삶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부터의 삶도 기대되고 설렌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던가.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짙푸른 겨울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