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희망찬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기해년은 황금돼지의 해로 불린다. 하늘을 뜻하는 천간과 땅을 뜻하는 지지를 조합해 그해 이름이 결정되는데 황색을 뜻하는 기(己)와 돼지를 뜻하는 해(亥)가 합쳐 기해년(己亥年) 돼지해가 된다. 돼지는 '복'을 상징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기해년 돼지띠를 황금돼지띠라고 하나 궁금해서 알아보았다. '기(己)'자에 그 연유가 있다. 기는 '자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하늘 아래 인간이 사는 곳이 땅이기 때문에 '땅'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양철학에서 땅은 황색을 대표하고 천자문에서 "누를 황"이라 읽듯이 노란 땅이 황금으로 여겨져 황금돼지해라고 한다니 무척 의미 있고 흥미롭다.

노란 황금을 의미하는 기해년 새해이니, 봄철의 명지바람처럼 날마다 좋은 일이 많고 모든 일이 쌈박하게 진행되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회와 삶은 바람처럼 황금빛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고, 아침에 신문과 방송을 보기조차 겁날 때도 많다. 희망차고 좋은 일보다는 무슨 사건·사고 보고서처럼 각종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어 우리의 희망을 앗아가고 부끄럽고 슬프게 한다. 우리가 이만큼 잘살면 달그락대는 양은 냄비에서 은근한 무쇠 냄비로 성정(性情)이 바뀔 법도 한데 오히려 더 경망해지는 것은 아닌지.

흔히 돼지꿈을 꾸면 횡재한다느니, 재물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사육장에서 사료를 먹여 돼지를 키우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를 돼지 밥으로 주어 길렀다. 오늘날 음식쓰레기이니 버려야 할 것을 먹여서 길러 돼지를 팔아 보답을 받으니 그야말로 횡재를 한다고 생각하여 돼지꿈을 횡재수라고 하는 것 같다. 돼지꿈도 많이 꾸어 웃고 횡재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옛날에는 음식점이나 이발소 같은 업소에 재물을 상징한다고 하여 어미돼지와 바글거리는 아기돼지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던 기억도 난다. 돼지는 원래 다산(多産)의 상징이라 재물이 새끼처럼 불어나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7년 출생아 수가 35만7800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 한다. 한 해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 더 심하게 감소할 것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다산의 상징인 돼지해이니 갖가지 출산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출산을 많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돼지는 흔히 생각하는 뚱뚱하고, 게으르고 더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머리가 영리하고 소나 닭보다 깨끗한 동물이며 화가 나서 덤벼들면 호랑이도 당해 내기 힘들 정도로 강인한 동물이라고 하니 돼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폄훼하고 비하하지 않고 장점은 배워야 하겠다.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는 국운도 융성하고 온 국민의 가정과 사회에 부(富)와 행운이 함께 하여 풍요롭고, 잘 어울려 사는 돼지처럼 화합하고, 국가적인 크나큰 과제인 저출산과 경제난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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