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최근 진료 의사가 환자에 피습을 당해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났다.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에는 임교수를 추모하는 각계의 애도의 조문객들로 줄을 이었다. 빈소에는 고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환자와 보호자들까지 조문하기도 해 보는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고인을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의료계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란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이같은 예방 법안이 신속히 처리될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벌 강화는 국회에 맡기고 정부는 예방에 초점을 두고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들은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줄것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를 비롯해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등 의료계는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인 만큼 국민이 나서서 근절시켜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과 '대정부 건의문'도 발표했다. 때를 같이해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과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와 참여 인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사건은 의료계는 물론 온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온라인상에도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지금까지는 응급실에서 환자가 난동을 부리고 의료진에게 폭행과 폭언을 하는 문제가 이슈가 된적이 흔했다. 하지만 의사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 더 충격적였다. 이번 사건이 계획범죄였는지, 범행의 계기가 있는지 환자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여부 등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의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간호사와 사고현장 근처에 있었을 다른 환자들과 내원객들이 모두 위험했을 수 있었다. 유사시 무방비로 노출된 병원 내 안전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환자와 의사가 단 둘이 있는 경우가 많고 진료과목에 따라서는 더 위험에 노출되고 취약한 경우도 적지 않아 의사들 사이에선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의료계는 '예고된 비극', '예고된 인재'라며 비통한 분위기이다. '치료 현장에서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여전히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됐다.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사고위험에 노출된 의료현장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의사의 안전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과도 직결된다. 보안요원이나 경비들이 외국처럼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보안을 위한 검색을 강화하는 등 예방과 처벌 고루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위협을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년 전에도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반복되는 의료진 폭행에 "우리의 일이 공공의 안전과 관련되어 있으니, 일을 할 때만이라도, 제발, 때려서 방해하지만 말아 달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의료진의 안전을 도모하는 '임세원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또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에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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