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충북 홀수차 출근 빈번
충주시는 아예 공지도 안해
충남도 화력발전 출력제한 등
사흘째 비상저감조치 시행

[충청일보 박재남·박보성기자] "마스크 때문에 불편한데다 공기도 워낙 탁해서 기분까지 우중충해지네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온통 뒤덮은 14일, 마스크를 한 출근길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보건용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

이날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했으며,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이들은 목도리로 코와 입을 감싸는 임시방편을 한 채 종종걸음을 쳤다.
일부 공무원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에도 승용차를 몰고 출근했다가 되돌아가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관공서 차량 2부제 시행 소식이 전날 오후 5시께 충북도내 모든 공무원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됐는데도 이를 무시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충북도는 14일 오전 6시30분부터 3시간가량 도청 출입문 2곳 중 1곳을 아예 닫아걸고 정문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공무원 차량은 이날 관공서를 비롯해 지정된 장소에 주차할 수 없다.

그런데도 공무원 몇몇은 출근시간대에 도청내 주차를 시도하다가 통제 직원들에게 떠밀려 도청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들은 이날 외부 출장 일정이 있다며 주차하게 해 달라고 사정했으나 거절당했다.

도청 주차장으로 쓰이는 인근의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차를 세우려던 공무원 10여명도 주차를 거부당했다.

청주시 공무원 10여명은 시청 앞 광장에 주차하려다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차량 2부제와 관련, 의지가 없거나 공무원들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한 시·군도 있다.

충주시는 전날 공무원들에게 차량 2부제 시행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제천시는 차량 2부제 동참문자 메시지를 모냈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 저감에 공무원들이 앞장서자는 취지로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는 점에서 위반 공무원들에게는 복무규정을 적용,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도내 사업장들은 분쇄시설 가동 시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했고 소각로 가동률을 10∼20% 감축했다. 비산먼지가 날리는 사업장은 '매우 나쁨'수준인 미세먼지 예보가 낮아질 때까지 살수차를 가동하기로 했다.

단양 등 북부권의 시멘트 제조업체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수송 차량 운행률을 10∼20% 낮췄다.

청주시는 광역소각장의 소각량을 평상시보다 5%가량 감축했고, 한국난방공사 청주공장은 열 전용 보일러 가동률을 100%에서 80% 수준으로 낮췄다.

같은 날 충남도도 사흘째 관련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상저감 조치 발령은 지난 12일 정오를 기준으로 북부권·서부권에 이어 동남부권역까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인 75㎍/㎥를 초과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보령·태안·당진 석탄화력발전 11기에 대해 발전 출력을 80%까지만 가동하도록 요청한데 이어 이날 태안·당진 석탄화력발전 6기에도 추가로 상한 제약을 시행토록 했다. 

또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제철 등 도내 117곳의 '1종 대기배출사업장'에 운영 시간 단축·자체 차량 2부제 시행·도로 청소 등 내용의 운영 조정을 권고했다.

주민 김모씨(36)는 "최근 우리나라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롱패딩'과 '마스크'가 있어야 된다"며 "추운 날엔 롱패딩 없으면 얼어 죽겠고, 날 풀리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날아오니 하루 하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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