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기자에게 기사는 매일 제작해야 하는 '제품'이다. 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들이 기사 마감 독촉을 하면서 '빵틀에 빵 나오듯' 기사 완성을 요구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기사는 없다. 모든 기사는 취사선택과 엄격한 편집, 교열을 거쳐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기사들이 독자들을 만나고, 피드백을 하고, 여론이 형성된다.

모든 제품이 그러하듯, 기사도 잘 팔리는(인기가 높은) 제품과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 있다. 제조업에선 잘 팔리는 상품을 좋은 제품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기사도 클릭수가 많거나 열독률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을까? 경험상, 기사를 음료에 비유해서 후배들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물 같은 기사'와 '탄산음료 같은 기사'. 그 기준은 건강함과 맛이다.

좋은 음식은 건강도 챙기고 맛도 있듯이, 좋은 기사는 건강하면서도 맛이 있어야 한다. 물 같은 기사는 건강한 기사다.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라는 말처럼 '물처럼 흐르는 기사'가 좋은 기사다.

물 같은 기사는, 정치부 기자를 오래 했던 입장에서 말하자면, 예산 분석 기사나 정책관련 기사 등등이다. 우리가 낸 세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허투루 새지는 않는지 등등이다. 꼭 필요한 기사이며 일상에서 중요한 기사다.  물 같은 기사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맛'을 잘 첨가해야 한다. 사례를 잘 들거나, 정확한 통계자료, 중요한 인사의 '워딩' 등이 그 것이다. 이런 기사는 독자들이 아무리 많이 읽어도(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탄산음료 같은 기사는 '톡' 쏘는 맛이 있는 기사다. 정치부 가십기사, 말하자면 정치인들의 말싸움, 정파를 나눠서 다투는 일, 정치와 에로가 얽히는 것, 본질과 어긋난 정치인 주변 이야기 등등이다. 탄산음료 같은 기사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양념'을 칠 가능성이 많다. 확인되지 않는 팩트, 정제되지 않은 표현, 익명성을 빙자한 무책임한 '워딩' 등이다.

이런 기사는 너무 많이 쓰거나 읽으면 뒷맛이 좋지 않다. 탄산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탈이 나듯이, 이런 기사를 너무 많이 쓰면 기자 본인한테도 좋을 리 없다. 독자들에게는 더 안 좋을 수 있다. 마약만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많이 읽히는 기사라고 항상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 좋은 기사는 정확한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수많은 뉴스들은 '언론자유'라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 모든 기사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자유'의 결과물이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 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언론이 위임받은 편집-편성권을 공유할 권리를 갖는다"(한국 기자협회 윤리강령) 오늘도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언론과 기자 여러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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