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새해부터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연일 뉴스에서는 부모 자식 간에 죽이는 사건들이 나오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4살 아이가 화장실에 갇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어머니는 오줌 싼 아이를 훈육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몸 곳곳에 난 피멍 때문에 학대를 의심받고 있다. 아버지의 학대로 숨진 고준희 부터, 제주도 5세 아동 사망사건, 의정부 5세 아동 사망사건까지 부모의 학대 의혹으로 아이들이 숨지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2.5배, 영국의 5배 정도로 가족 살해 비율이 높다고 하니, 이런 사건이 우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자식과 부모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각별한 관계라는 것이 오히려 남보다 못한 상처를 서로에게 주는 것일 수 있다.

인구 절벽 시대에 자녀를 낳으라고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모의 학대로 숨지거나 인생이 망가지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강도살인을 한 신창원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방임 및 계모의 학대, 가난 등이 겹쳐서 잘못된 길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경찰도 훈방한 좀도둑질을 고치겠다고 아버지가 어린 그를 소년원에 넣으면서 그의 인생은 망가졌다고 한다. 부모의 가학적 태도가 훈육이라는 형태로 미화된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도 저절로 사랑이나 헌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녀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채로 육체적인 성장만 하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 부모와 충돌하거나 자녀를 학대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간의 범죄는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며 쌓인 분노가 폭발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정신질환자의 범죄까지 더해지면서 가족 살해 사건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다. 피의자의 정신질환 비율이 높은 것도 부모 자식 간 살인사건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가정불화와 정신질환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현대 사회의 특징인 가족공동체의 해체 때문일 것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가족 살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에서 법령과 제도 개선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성애와 모성애, 그리고 자녀의 효심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격을 성장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얼마 전 혁신 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있었다. 이유는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력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이다. 학생들의 인격 성장을 돕는 교육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부모도 학교도 학생들의 인격 성장에 관심을 안가진다면 아이들은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 익숙해질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해체를 막을 수 없다면, 학교 교육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존속 살인이 세계에서 매우 높은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인격을 성장시키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