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0시 12분 14초에 구본영 천안시장은 산하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인터넷 망 '새올'에 '절박한 농심이 나를 깨우다'라는 책 내용을 인용해 '기해년에 바람직한 리더는' 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조회한 많은 직원들은 시장이 왜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올렸는지 마뜩지 않은 눈치다.

차라리 지난 14일 오후 발생한 천안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사건으로 현장에 나가 추위 속에서 밤늦도록 수고한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는 위로의 글을 올렸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직원들은 글을 올린 다음날인 16일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에서 구 시장의 1심 선고가 있는 날임에도 글을 올린 것을 놓고 "마음이 담대하다"와 "심정을 정리하는 것이냐"며 각자의 생각대로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다음날인 16일 재판부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2000만원의 선고를 받았고, 구 시장은 항소의 뜻을 즉시 밝혔으며 향후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구 시장이 올린 글은 '리더는 권위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가 솔선수범하면 조직원들은 그 리더를 따라 열심히 하게 마련이고, 리더가 조직원들과 동등한 눈높이에 서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가능해 집니다. 권위를 내려놓을 때 리더십은 더 높아집니다.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시장이 게재한 글처럼 바람직한 리더상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점수는 직원 호불호에 따라 제각각 나뉜다.

최근 천안지역에는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인 초등학교와 호텔 화재 사건에 시장의 선고 공판까지 벌어지면서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의미하는 '곰비임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은 글 가운데 '권위를 내려놓을 때'를 놓고 시장이 '마음을 비운 것인지', '이제는 진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행간 파악을 어려워한다.

참으로 애매한 시기에 인용한 문장이 조직 내에 화두가 되고, 게재자의 심정까지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신중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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