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에 야간공부방 운영
운영비 모자라 개인 돈 보태
매년 역사기행·수련회 진행
명문대 진학 등 호성적 보람

▲ 옥천군 옥천읍 가화리 마을회관 2층에 야간 공부방을 개설한 정해영 이장이 학생들에게 수업하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충북 옥천군 농촌마을의 한 이장이 13년째 사비를 털어 야간 공부방을 운영해 화제다.

주인공은 한때 중학교 교사였던 정해영 옥천읍 가화리 이장.

2007년 이 마을 대표로 선출된 정 이장은 방과 후 방황하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마을회관 2층에 칠판과 책·걸상까지 갖춘 공부방을 열었다.

그것이 바로 4-H 공부방의 시작이었다.

초창기에 중학생 8명이 매주 월∼토요일 공부방에 나와 중국어·한문·국어·영어·과학·수학 등 6개 과목을 배웠다. 전직 교사와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학생을 지도했다.

지금은 주 5일 운영되고 있지만 당시 4-H 공부방은 공휴일과 명절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후 6∼9까지 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았다.

정 이장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찾는 학생들을 위해 라면이나 빵, 떡볶이 등 간식을 준비해 준다.

현재는 15∼16명까지 학생이 늘어 매달 70만원 정도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농협 옥천군지부나 지인들이 간식을 지원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호주머니를 털어 보태기 일쑤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학생들의 공부만을 신경 쓴 것은 아니었다.

큰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체험의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위해 매년 역사 문화기행, 하계 수련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도 만만찮다.

2009년부터는 국내 유수 대학 출신의 육군 37사단 군인 3명이 수·목·금요일 영어, 수학,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군인 교사들의 출·퇴근은 물론 먼 거리 학생들의 하교도 정 이장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정 이장은 오후 9시 이후에 저녁 식사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2014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40여 일간 입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도받은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해 두각을 드러내고 명문대에 진학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큰 보람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공부방을 거쳐 간 학생이 317명에 달한다.

정 이장은 "때로는 몸이 아프거나 바쁜 일정으로 힘든 순간이 있긴 했다. 가족, 특히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그렇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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