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에 맞춰 지난해 주요 중앙정부의 업무평가 성적표가 나왔다.

장·차관급 43개 중앙행정기관에 걸쳐 이뤄진 이번 평가에 따라 해당 부처의 희비 또한 엇갈렸다. 합격점을 받은 부처는 포상금과 유공자표창이 이뤄지지만, 낙제점을 받는 부처는 개선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번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무조정실은 평가기준과 설명을 곁들였지만 국민들의 체감온도와 얼마나 맞아 떨어질 지는 의문이다. 이는 평가 주체가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차치하고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애로 대응이 부족했던 고용노동부가 정부업무평가에서 최하에 해당하는 '미흡' 등급을 받았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교육부와 법무부, 환경부, 통계청 등 7곳도 최하 등급을 받았다.

국무조정실이 밝힌 평가항목 중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일자리·국정과제(65점)이다. 100점 만점 중 65%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나머지 항목은 규제혁신(10점), 정부혁신(10점), 정책소통(10점), 소통만족도(5점), 지시이행(±3점) 등이다. 일자리 창출은 쉽게 납득이 가는 항목이지만 국정과제 수행부분은 여전히 모호하다.

어찌되었든 이 같은 성적표에 대해 미디어 매체들은 일제히 그 원인을 꼽기 시작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대응과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와 미세먼지 등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 대응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대입 개편 혼선과 함께 방과후 영어교육 입장 번복 등으로 교육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린 탓이 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검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 지연을, 통계청은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표본 변경으로 인한 논란 대응이 미흡한데다 일자리 동향 통계 개편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최하등급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량화 할 수 없는 업무를 추진하는 부처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식약처 등 일부 부처는 숫자만으로 환산해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나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비전과 정책을 적극 이행한 기관도 어떤 근거와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번 평가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각 기관에 통보해 개선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평가와 노력은 국민체감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평가라도 국민들의 정서와 실질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속칭 '셀프심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차제에 기회가 닿는다면 심사항목에 대국민 평가 항목도 넣는 방안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 그 어떤 국정철학과 정책도 국민의 삶과 떨어져서는 평가조차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부업무평가의 제1순위가 되어야 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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