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재 청주ymca 홍보출판위원
바람에 끌려 박물관에 갔다.

바람에 홀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예서제서 웨딩 촬영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특히 초록 잔디위에 길게 늘어뜨린 면사포는 천상의 구름자락 같다. 신부는 그보다 더 아름답다. 뒤에 늘어진 면사포가 사진에 잘 나오도록 곁에서 친구들이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짠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는 면사포를 쓰는 순간 지금까지의 특권이 사라진다. 남성의 보호와 사랑을 받던 상황에서 한 남자를 돕는 배필. 동반자가 된다. 혼인과 동시에 가정이 결성되고 가정의 머리는 하나가 된다. 신부의 면사포 속에는 "이제 나는 남편의 머리아래 숨는다. 내 머리는 의식 속에서 사라지고 남편의 뜻을 따르며 남편을 돕겠다" 라는 뜻이 담겨있다.

히브리어로 -에셀-이라고도 하는데 신이 처음 남자를 만들고 남자를 돕는 배필로 여자를 지을 때 사용하셨다. 그 안엔 구원자란 뜻이 포함 되었다. 남편을 돕기 위해 자신의 역할 대리자로 아내를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편의 머리아래 숨는 것은 무조건 순종이 아니라, 신의 위치에서 남자를 적절히 돕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남녀가 가정을 이루어 사는 일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남자는 혼인과 동시에 땀 흘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이 부여 된다.

혼인의 달콤함이 식으면 연애의 감정이 사라지며 현실주의자가 된다. 연애시절 좋았던 모습에 실망하고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에 절망도 한다. 이때 신의 위치에서 남자를 돕는 아내의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야 하리라. 곧 혼인예식을 치룰 오월의 신부들이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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