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정치인이 망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오만이고, 또 하나는 무례다. 오만과 무례, 곧 불신이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에게 불신은 독약(毒藥)이다. 권력자든, 재력가든, 고위층도 마찬가지다. 윈스턴 처질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힘 있는 자의 됨됨이를 보려면 망치를 지어주라. 된 사람은 망치를 숨겨두고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오만하고 무례한 이는 망치를 들고 못이 튀어나온 곳이 없나 찾으러 다닌다.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된 2019년 정초, 부동산 문제로 혼란스럽다. 목포 부동산 매입 의혹으로 더불어 민주당을 20일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진실공방 때문이다. 정치쟁점화가 되더니 이제 검찰이 규명에 나섰다. 손 의원을 그렇다고 두둔할 생각은 없다. 또 근거 없이 비판할 생각도 없다. 그는 자신의 분신과 같다는 민주당 탈당과 목포 현지의 기자간담회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0.000000... 1%라도 잘못이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공언도 했다.

그가 산 부동산이 투자냐, 투기냐는 것은 본질과 다르다. 본질은 그가 건물 매입에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느냐의 여부다. 그가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 논쟁은 의미 없다. 문제는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의혹이 있다. 왜냐면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의혹을 제기한 SBS가 초점을 맞추는 ‘이익 충돌 금지 원칙’(conflict of interest)에 어긋나는 것이다. 의혹은 여러 개다. 가족, 조카, 보좌관들에게 부동산을 사게 했다. 차명 거래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차명이 있으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차명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는 문체부 상임위 활동에서 해당 지역을 지원하도록 한 의혹도 있다. 그것은 다 ‘목포를 위한 선의’라고 강변한다. 그래서 목포 지역의 민심이 두 갈래인 것이다. 진실성을 믿는 ‘선의’를 두둔하는 쪽과, 30여 채의 ‘부동산 매입=투기’라는 쪽이 그것이다. 우리는 헷갈릴 뿐이다. 손 의원의 일부 언론의 음모론도 잘못이다. 언론은 권력자만이 아니라, 비권력 자라도 일탈의 의혹이 있으면 보도하는 게 책무다. 물론 언론 역시 예단(豫斷) 없이 진실하고 공정하게 알리는 게 생명이다.

야당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연결 짓는 공세도 무리다. 문 대통령의 서울 홍은동 사저를 손 의원 전 보좌관의 매입으로 쟁점화하는 것이 그렇다. 확인되지 않은 일로 마치 ‘권력형 비리’ 운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며칠 전 이 파문에 대해 “정부, 여당이 국민 앞에 겸허해져야한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권력형 의혹’으로 몰아붙여도, 여당 지도부가 침묵하자 이처럼 언급했다. 발언은 결백을 주장하는 손 의원의 처신이나 여당의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손 의원은 지난 23일 목포현장에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와 야당의 부풀리기가 빚어낸 소동’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조카와 측근, 주변 인물을 앞세워 20여 건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목포의 근대문화재 보전과 구도심 재생을 위한 것이라 고했다. 이해충돌 오해를 풀기 위해 이익은 박물관 기증 형태로 모두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으로 의문도 해소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목포시민들의 지지로 의혹을 풀었다는 것도 착각이다. 의혹덩어리는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도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혹의 핵심부터 가려야 한다.

그중에 문화지역 내에서 여러 채 부동산 거래의 성격과 그의 매입 경위와 영향력 등이 관점이다. 더구나 대출까지 받아서 사놓은 부동산의 이익을 국가와 목포시에 기부하겠다는 손 의원의 약속도 주목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되기 이전에 관련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것도 소홀히 해서 안된다. 왜냐면 이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로 볼 수 없다. 일각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유이다.

여기에다 문화재 등록과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여당 상임위 간사라는 지위를 이용했는지도 규명돼야한다. 손 의원이 문화재청을 관할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서 도시재생에 기여하려고 했다면 관련 정책과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먼저다. 이 의혹 철저히 규명돼야 정치인의 불신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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