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는 윤극영 선생이 작사 작곡한 '반달'이라는 노래  이다. 이 동요는 일제 강점기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다 즐겁게 부른 동요로서 오늘날까지 잊히지 않고 부르는 민족의 동요라 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1963년 서울교육대학 제정 '고마우신 선생님'에 추대된 선생은 정치적 혼란기에 유랑과 방랑의 생활을 하였으면서도, 조국을 잃은 어린이들의 꿈을 위해 400여곡에 이르는 동요 동시를 창작한 것은 머리를 숙이게 한다. 꼭 한 달 전인가 뜻하지 않게 아동문학공로상을 받은 일이 있다. 가곡 못지않게 동요를 좋아하는 필자가 하늘을 올려다 볼 때 흥얼대던 노래이기도 하지만 '반달'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일반적으로 상은 보름달처럼 완전하고 빛나는 업적으로 받는 것인데 공로상은 아직 부족하여 더 열심히 하라는 따듯한 격려가 담긴 미완의 상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때문이다.

수상 공적이라야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게 되는 충북글짓기지도회 첫 여성회장으로서 어린이들의 '바른 맘 고운 꿈'을 키워온 일에 종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미혼 교사시절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30여년을 하루같이 어린이날 기념 동시화전과 한글날 기념 백일장 행사를 선배들과 함께 이끌어 온 것은 가장 보람찬 교단생활의 금자탑으로 삼고는 있지만, 시간과 후원회비를 내주신 임원들과 회원들이 받아야 할 상임을 고백하고 싶다.

선배들께서 어찌 수상 기사를 보셨는지 직접 전화나 축하메시지를 많이 보내오셨다. 송구스런 일이며 아마도 상을 받은 것을 가장 기뻐해줄 두 분이 곁에 계시지 않음이 심히 허전하였다. 한 분은 충북글짓기지도회장을 맡아 어린이날 마다 일찍 오시어 플래카드를 손수 걸고 모범을 보이시던 고 김천호 교육감님이시며 또 한분은 작년 가을 갑자기 귀천하시어 목련공원 124동에 잠들어계신 전 청주교육대학교학장 김현구 스승님이시다.

'박교장 ! 근무 열심히 하고 있느냐. 별일 없느냐 ?' 하시며 초등교단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제자들의 근황을 살펴주신 분이다. 돌아보건대 두 분은 어리석은 필자가 교직의 길을 잘 걸어가도록 격려하며 삿대 역할을 해 주셨기에 그 가르침을 사모해오고 있다. 교육의 산 증인 두 분의 명복을 빌어드리며, 줄 세우기 하여 일등에게만 상을 줄 게 아니라 아이들 수준에 어울리는 저마다의 공로상을 교사나 부모들이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2019 또 한 번의 설날을 맞게 되었다. 생명 지닌 모든 사람들의 감격이다. 가족끼리 공로를 나누고, 각급 학교에서도 구성원 서로의 공로를 기리고 감사나누며 충북교육 가족 모두의 새 출발을 기대하여 본다. 각 자의 반달 공로가 모여 교육의 강은 끝없이 흐르고 작은 행복의 문이 열리게 된다. 늘 보름달을 꿈꾸며 걷기에 나는 반달을 사랑한다. 무엇보다도 자라는 아이들은 매일이 큰 공로상 감임을 어른들은 알아야 한다. 설 지나며 젖 잘 먹고 잘 자고 울고 웃어 무사히 백일을 맞는 손녀 김스텔라의 다섯 손가락 사이에 공로의 반달을 끼워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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