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프로야구, 농구, 축구 등의 스포츠가 생기기 전인 1800년대의 미국에서 최고의 스포츠는 당연 당구였다. 우리가 가끔 서부영화를 보게 되면 시가를 물고 허름한 창고 같은 공간에서 권총을 찬 카우보이들이 당구를 즐기는 광경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당구공은 코끼리 상아를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당구가 유행을 하자 코끼리 상아가 품귀현상이 나고 매년 수십만 마리의 코끼리가 죽게 되는 자연 파괴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본 뉴욕타임스지는 공익적 사업을 목적으로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는 당구공을 만들어 내는 사람에는 상금을 준다는 공고를 내게 된다.

그러나 당시 그 누구도 여기에 응하지 못하였으나 독일에서 온 인쇄공 청년 하이아트가 용기를 내어 여러 실험 끝에 질산셀룰로이스 용액에다 약장 안에 있던 캠퍼라는 장뇌 식물 성분으로 당시 피부약으로 사용되고 있던 물질을 집어넣자 질산셀롤로이스가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하면서 딱딱하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발견된 셀롤로이스 성분은 비록 당구공을 대체할 만한 가치는 없었으나 이것이 훗날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발전하면서 우리사회에 그야말로 플라스틱 혁명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변형시키기 쉽고 단단하고 가볍다는 강점으로 우리 삶의 대부분을 잠식하면서 모든 분야에 비닐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마치 혁명처럼 번져간 것이다. 우리나라에 건너온 플라스틱 역시 순식간에 백자와 양은 그릇, 놋쇠그릇을 밀어내고 우리 삶의 대 분분을 잠식하면서 심지어 우리가 전통자기로 보관했어야 하는 백자들을 부숴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편 함께 등장한 비닐은 농업분야에서는 백색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농업에서는 물론이고, 봉지대용, 포장 등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처럼 빠르게 인간의 문명 세계를 변화시킨 플라스틱과 비닐류는 수명이 짧고 썩지 않는다는 것이 인류세계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바다에 떠다니고, 육지에 묻혀 지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최고의 무기로 변한 것이다.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의 양만 1억7천 만 톤이 될 거라는 연구결과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은 태양열에 의해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이는 자연적으로 어패류의 몸으로 들어가며 그 어패류를 먹는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되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인간이 버리는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양은 불과 9%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오늘도 우리를 위협하는 바다와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폐플라스틱과 폐비닐류를 수입해가던 중국이 갑자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 우리는 폐비닐과 플라스틱 대란에 빠지게 되고 해당 장관까지 교체되는 혼란에 빠지는 뼈아픈 경험을 지난해 겪었다.

농업인들이 뿌려 대는 농약은 어떤가? 친환경 농약이 많이 개발되고 나름대로 농약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농약 살포량 1위국가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걀 살충제 충격, 다이옥신에 의한 피해 사례 등 농약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자 정부에서는 전격적으로 금년부터 PLS를 전면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무차별한 개발과 열대우림의 파괴, 중국 및 아프리카 등의 사막화 지속 현상 등은 이젠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오염이 인도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로 떠올랐고, 지구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않고 이상기후,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젠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즉 필(必)환경시대를 예측하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19 (김난도 외) 에서는 이제 친환경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필환경시대를 부를 것이라 주장한 것이다. 결국 환경문제는 이젠 전 지구인의 책임이며 지구의 생명을 늘려가야만 하는 필수적 조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농약의 적정사용, 사용 후 후속처리. 폐비닐 수거, 비닐사용의 적정성 등 농업분야의 환경조건에 대한 잣대를 높여야 한다.

금년부터 전격 시행하는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 를 철저히 준수하여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폐비닐수거는 자신부터 해야 하고 농약빈병, 농업 관련 비닐과 플라스틱의 수거 또한 철저하게 시행하여 필(必)환경시대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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