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만족하는 삶은 꽤 근사하다. '안분지족' (安分知足)이란 말도 그래서 근사하다. '편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이런 삶이 현실에서 과연 있을까 싶다. 현실은 만족하지 못하는 삶이 더 많다. 뭐가 되고 싶었는데 안됐고, 남은 잘 사는데 나만 '못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오히려 삶의 원동력이 된다.

'하버드 행동심리학 강의'(저자 웨이슈잉, 역자 박영인)에 보면, 행동 심리학자들이 스포츠경기의 메달 수상자를 대상으로 심리조사 연구를 실시한 결과, 은메달 수상자의 기쁨 정도가 동메달 수상자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 은메달 수상자는 "평소에 좀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동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더 못했어도 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은메달 수상자는 '상향적 반 사실적 사고', 동메달 수상자는 '하향적 반 사실적 사고'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라고 행동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상향적 반 사실적 사고란, 과거에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 특정조건을 상상해내어 현실에 반항하는 사고다. 예를 들어, '시험 전에 복습을 더 많이 했더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사고하는 것이다. 전교 2등을 한 학생이 '시험 전에 좀 더 공부를 했더라면 1등을 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하향적 반사 실적 사고는 가설 속의 결과가 현실에 비해 훨씬 나쁜 것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시험 전에 복습을 하지 않았으면 낙제할 뻔했다'는 사고다. 10명을 뽑는 입사시험에 10등으로 합격한 경우, '시험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입사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족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 모두 도전을 통해 좌절과 성과를 얻어냈다. 그게 중요하다. 경쟁과 도전. 은메달 수상자는 다음에 금메달, 동메달 수상자는 더 높은 메달을 노릴게 틀림없다.

삶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나기 위해선 '수십 억대 일' 경쟁률을 거쳐야 한다는 말도 있다. 진학, 취업, 결혼 등등에서 성취하는 쾌감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경제적 성취, 사회적 성취 등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만족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경쟁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도전이 필요하다. 도전을 통해 좌절과 성과를 맛보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 아닐까. 이런 이유로 경쟁과 도전을 공정하게 할 사회적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경쟁이 치열할수록 실패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나은 경쟁이 이뤄질 수 있고, 그 경쟁을 통해 더 만족하는 삶을 살 수가 있다. 도전도 마찬가지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은 의미가 깊다. 경쟁이 없고 도전이 없다면,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모양새가 된다. 경쟁과 도전, 그 것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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