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개편 등 기강잡기 속도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 20일을 맞으면서 청와대 기강잡기에 확실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노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확연히 변화된 모습은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5060세대는 동남아로 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사표 제출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수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사표를 내도 수개월씩 끌고가는 양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김 보좌관을 속전속결 처리한 배경에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건의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년 이상 끌어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사표도 최근 전격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탁 비서관이 자신의 SNS에 올려 사표 수리 사실을 공개했다.

탁 비서관 처리 건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사표를 제출했으나 임종석 전임 비서실장이 첫 눈이 올 때까지 참아달라고 만류하며 처리를 미뤄왔던 사안이었다.

노 실장의 청와대 기강잡기는 취임 직후인 지난 9일 청와대 비서실 전체 직원들에게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라는 서신을 보내 “사무실 마다 벽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타인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한다) 문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추상같은 기강확립을 예고한 셈이다.

노실장은 그러면서 “성과를 내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며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현장을 찾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청와대 직원들의 행동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별 진척이 없어보이던 비서진 인적 개편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1일에는 민정수석실 소속 민정비서관을 교체하는 것을 비롯해 비서관급 4명의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노실장은 또 퇴근하는 청와대 직원들에 대해 불시에 가방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고, 대통령에 대한 직접 대면보고를 대폭 줄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가 가능한 것은 노 실장의 단호하고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과 함께 친문의 핵심이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노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와 무게가 실려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 실장은 청와대 2기 비서실장으로 들어오면서 내년 봄에 있을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심을 한 노 실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신뢰와 파워로 보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권에서는 집권 2년차를 넘길 무렵에 참모진과 측근들의 각종 스캔들로 지지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들어온 노영민 실장이 문재인호를 성공적으로 보좌하고 위기에서 건져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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