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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진정한 용기다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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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31  15: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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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최근 방영된 한편의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화제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들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지만 속도감 있는 다양한 상황 전개가 순간적으로 몰입하기에 충분하였다. 부모와 자녀가 인격적으로 철저하게 일체화되어가는 모순된 삶의 모습을 통해 사회기득권층이 점점 불행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모의 기대와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자녀들의 모습도 애처롭지만 오직 자식의 성공이 삶의 목표라는 부모의 왜곡된 가치관을 보며 한편으로 연민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극중 인물들은 온통 불쌍한 사람들뿐인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구일까? 사실 정도의 차이일 뿐 삶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으로 자녀들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 때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괴로워하고 절망하며 심지어 분노하기도 한다.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삶에 자존감을 찾는다면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자존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 외에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허망해진다. 오직 절대자 외에는 어느 누구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이다. 나이가 적든지 많든지 간에 참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홀로서기 연습이 필요하다. 드라마는 비극적으로 끝날지라도 삶은 해피엔딩이 되어야한다. 이곳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세상이니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정말 자연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없는 것을 있는 체하거나 추한 것을 화려하게 치장하지도 않는 본래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연의 위대함은 소박한 겸손함 그 자체에서 나온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레 싹이 트고 잎이 자라고 꽃이 핀다. 일부러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진한 향기를 내뿜지도 눈에 띄는 색깔로 채우지도 않으며, 나무처럼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겸손이란 남을 높여주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속마음으로 남을 자기보다 낮추며 겉으로는 자기를 남보다 낮춰 보이는 것은 위선적인 행동일 뿐이다. 자신 본연의 모습을 찾는 순간 고통에서 기쁨으로 불안에서 평안으로 좌절에서 열정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바뀐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올림픽공원을 찾아 지인들과 산책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산책로 주변에 펼쳐진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서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 보임으로써 나무는 무엇인가 가르침을 주려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자신을 탓하기 전에 남을 탓하고 솔직하게 보여주기 전에 자신을 포장해서 보여주는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자연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줍게 다가와서 세상에 아낌없는 혜택을 준다. 진정한 겸손은 가장 낮은 자리에 떨어져 세상의 씨앗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겸손해질수록 낮아지는 밑바닥으로부터 채워지는 부피만큼 사랑의 분량도 커진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겸손하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걱정 없는 날이 없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로 무엇을 찾아 바쁘게 왜 달려가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달팽이는 빨리 달리는 노루를 부러워하지 않고 바다에서 유영하는 해파리는 하늘에서 빠르게 비상하는 종달새의 날갯짓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도 않고 돈으로 살 수도 훔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혼자 설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며 행복이다. 겨울나무처럼 껍질이 벗겨지고 헐벗어지는 아픔을 겪을지라도 그 자리에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듯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겸손하게 기다리며 희망의 새순을 틔울 수 있기를 소망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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