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기가 뒤축 들어 문틈을 찾다 / 끝내 손가락 올려 구멍 뚫네 / 너른 바깥구경 신바람 나서 / 근육 없는 장단지가 너털거리네 / 한 입 물고 새끼 찾는 제비도 보고 / 빛바래서 멀개진 낮달도 보며 / 아이 눈은 자꾸만 높은 데로 가네 / 아이 손은 자꾸만 더 올라 가네 / 필자의 동시 '문구멍을 뚫는 아이' 전문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손주의 첫 졸업이라서 여러 달을 별러 온 일이다. 참으로 신기한 게 많았다. 무궁화 문양 배지를 단 모습도 그 뻔질나던 내빈 소개도 사라졌다. 교장선생님 축사 역시 '미래의 별' 주문으로 딱 3분, 특이한 건 졸업반 담임 선생님 아홉 분만 단상 위에 올라 졸업생·학부모·축하객 박수를 받았다. '스승 존경'의 작은 불씨라서 뜨거웠다. 반별 활동상황 동영상 감상과 두 가지 축하공연은 참으로 깔끔했다. 도내 학교 중 최다 학생 수란 여건 아래 비좁은 공간에서 북적대던 아이들, '왜 하필 우리가 희생양이냐?'란 항의조차 모른 채 '수요자 중심, 학교자율화 다양화, 여러 줄 세우기, 창의·인성교육 등' 혼(魂)을 달군 졸업생들에게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다.

60학급에 1천700여명 아무리 생각해도 초과밀·대규모다. 운동회·학습발표회·급식을 생각하면 교육과정 정상운영은 그야말로 과부하여서 교육기회 박탈과 다름없다. 몇 차례 제2초등학교 설립 건의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부딪혔다. 첫째, 과밀학생을 근거리 학교에 분산 배치할 것과 둘째, 학교용지 무상확보 방안 강구를 이유였다. 그러나 자연 학생 수 증가는 예상을 훌쩍 넘었다. 현재, 학교 용지의 경우 청주시측 무상 임대 요청에 재정 여건·시민복지 등을 감안,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도교육청 차원 예산 한계를 뻔히 알면서 교육부 침묵에 아동복지·학습권은 이미 골든타임을 넘긴 상태다. 청주시든 교육부든 어떤 핑계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아이 잘 키우기' 과제이다.

세상 모든 위대한 것은 교육이란 자양분으로 이루어진다. 저출산 원인도 교육 문제다. 학교야 말로 학생 행복을 위해 디딤돌을 놓는 곳 아닌가? 과밀문제부터 해결 못하면서 무슨 출산율 증가를 기대할까. 교육환경 불균형은 순전히 어른들 탓이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일, 바로 교육이 품어야할 매운 회초리인데 큰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미적거리니 묘책 처방에 누구를 탓하겠는가. 아이도 학부모도 모두 청주시민이다. 빠른 시일 내 돌파구를 찾는 게 '행복교육'을 위한 범시민적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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