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서원대 교수

[이광표 서원대 교수] 또 논란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옮길 것인가, 말 것인가. 서울시는 최근 '새로운 광화문 광장' 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광장의 면적은 3.7배 늘어나 6만9300m²가 된다. 대신 광장 가운데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으로, 세종대왕 동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전하게 된다. 서울시 발표 직후, 여기저기서 동상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말까지 시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들어선 것은 1968년 4월 27일. 위대한 선열들을 기념하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애국선열조상(彫像)건립위원회가 동상을 세워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제작은 조각가인 김세중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이 충무공 동상은 제작 당시부터 화제와 논란을 낳았다. 동상 조성 계획이 알려지자 "세종로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어울린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광화문 앞길에 세종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1946년이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광화문 세종로 일대가 일제에 의해 많이 훼손되었으니 이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에 따라 충무공으로 결정되었다.

동상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먼저, 동상의 칼이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사용했던 장검(長劍) 실물(보물 326호, 아산 현충사 소장)과 모양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실제 장검은 칼날이 약간 휘어지고 길이가 2m 정도지만 동상에 표현된 칼은 직선인데다 길이가  1.3m였다. 갑옷이 너무 길어 전투를 하는 장군의 군복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점도 거론되었다. 조각가 작업실의 천장이 낮아 충무공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으로 동상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래서일까. 잊을 만하면 동상 이전 얘기가 터져 나온다. 2004년과 2006년 서울시가 세종로의 차로를 줄이고 광장을 조성할 때도 그랬다. 그 후 일종의 절충안이었는지, 2009년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그런데 세종대왕 동상이 경복궁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뒤편에 자리 잡았다. 그러자 "임금 앞에 어떻게 신하가 서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어찌 보면, 동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고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세상사에 정답이 어디 딱 하나 뿐이겠는가. 하지만 이 대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군사독재정권의 산물이라는 시각, 임금과 신하의 대립 운운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조성된 지 52년. 동상은 이제 서울 세종대로의 상징이 되었고 소중한 문화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명(地名)과 좀 다르다고 해서, 독재정권이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너무 쉽게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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