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충청일보] 북미 2차 정상회담의 무대가 베트남으로 확정되면서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머이'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북미 양측이 모두 성공적인 모델로 보고 있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룰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도이머이는 바꾼다는 뜻을 지닌 베트남어 '도이'와 새롭다는 뜻인 '머이'의 합성어로 쇄신을 의미한다.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채택한 슬로건으로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발전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다.

응우옌 반 린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 주도했다.

1975년 끝난 베트남전에 이어 1979년 발발한 중국과의 국경전쟁,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에 따른 식량 부족과 7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초래되자 돌파구를 찾았다.

당시 상황은 '개혁이냐, 죽음이냐'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절박했다.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이다.

1980년대 초 일부 지방의 농업 분야에서 중앙정부 몰래 시행한 도급제(할당량만 채우면 나머지는 농민이 갖는 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점은 도이머이 도입을 가능하게 한 긍정적 요인이었다.

쇄신의 길을 택한 베트남은 1987년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해 적극적인 외자 유치에 나섰다.

1989년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 중국에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난 것도 실질적인 도이머이를 위한 베트남의 결단이었다.

베트남은 1993년 토지법을 개정해 담보권, 사용권, 상속권을 인정했고, 1999년과 2000년에는 상법과 기업법을 잇달아 도입해 민간기업이 성장하는 길을 닦았다.

덕분에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계속해 1980년대 100달러 안팎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1천143달러로 증가해 중간소득 국가군에 진입했다.

베트남은 이후에도 고성장 기조를 유지, 지난해에는 1인당 GDP가 2천587달러로 뛰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의 작년 GDP 성장률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7.08%를 기록했고, 올해도 6.9∼7.1%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180억 달러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말 현재 15억5천만 달러를 유치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빈부격차 확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확산, 환경오염 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외국자본에 의존한 경제성장으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말 베트남을 방문, 이런 도이머이의 성과와 노하우, 부작용 등을 현장에서 배웠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도 최근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한 현실적 모델로 베트남이 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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