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고용률에 사상최대의 실업급여 지급 등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일자리가 녹록지 않다보니 자영업 종사자 비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1인 자영업자 폐업률 또한 최악이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외시장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수출시장마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대 중국수출이 석달째 줄어든데다 한국 수출시장의 주력품목인 반도체 시장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일시적인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현상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민간경제연구기관의 분석은 그와 다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와 거시경제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두 달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한 것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실적이 하락한 영향이 크다. 그나마 자동차·철강 등의 수출은 늘었으나 대외 여건의 악화로 인한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한국수출의 대명사로 여기는 반도체의 약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 12월에 전년 동기보다 8.3% 줄면서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 감소율이 23.3%로 급증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이어진 가격 하락 흐름이 반도체 수출액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기준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작년 1월보다 36.5% 떨어졌고, 12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22.4% 낮아진 수준이었다. 한국 수출 총량은 2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핵심은 2018년 말 기준으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1%에 달한다는 점이다.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 일반 기계에 이어 세 번째로 덩치가 큰 석유화학 수출액 또한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8.3%, 23.3% 줄어들며 두 달째 마이너스 행진을했다.

물론 국제 유가 하락이 제품 단가에 영향을 미쳐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국제유가와 환율 등에 의존해야 하는 지는 정부가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일이다. 대외적 여건에 따라 출렁거리는 것이라면 그만큼 수출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것이고 내부적인 대책마련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주요 수출국에 따라 무역수지가 좌지우지되는 것 또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사드문제로 주춤했던 중국과의 통상관계나 덤핑관세 부과로 껄끄러웠던 대미수출시장 또한 작금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외쳤던 그들이다.

연일 쏟아지는 무역수지 연속흑자 행진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거시적 차원에서 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 행여 정부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해 가며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그 또한 임시처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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