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작열(灼熱)하는 태양, 무더운 한여름의 열기 속에 희망찬 꿈을 안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의 광장, 청주고(淸州高) 나는 이곳에서 3년의 학창시절을 보냈고, 5년간 사랑하는 후배인 제자들과 젊음을 불태우며 기쁜 일 괴로운 일을 함께 하였고, 교장으로 2년을 보내며 장송(長松)을 뒤로 한 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떠나려하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50년대 말에 보낸 청주고교 시절, 무심천을 거닐며 크고 고운 꿈도 꾸었고 젊은 날의 고뇌 속에 방황도 했으며, 교직에 몸담아 보낸 32년 6개월,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바른길로 가라고, 사람답게 살아가라고 외쳐도 보았으며, 바쁜 생활 중에서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걸쳐 두 차례 일간지에 김재영 칼럼을 쓰며 가정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외쳐도 보았다.

벼슬의 임기가 다 참을 과만(瓜滿)이라고 이른다. 내 젊음을 불태워 온 이 교단을, 그리고 모교요 근무지였던 청주고(淸州高)를 떠나서 공인(公人)의 자리에서, 자연인(自然人)의 자격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강아지도 몇 번 보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데 사람이 인사를 안하면 무슨 사람이냐"며 인사를 잘하라고 제자들을 독려했고, 이이 율곡 선생의 선수입지(先須立志),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우라"고 입지(立志) 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성공으로 가는 첩경이라며 인사를 잘 하는 학생이 되라고, 소크라테스의 "사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고, "언제나 가슴에 태양을 품고 살자"며 꿈이 있는 젊은이가 되도록 외치며 보낸 지난 세월들, 떠나려하니 너무도 많은 분들께 은혜만을 입고 하나도 보답하지 못함에 마음의 짐이 무거움을 느낀다.

세계화의 무한경쟁시대, 여러분의 앞에는 높은 파고의 세파(世波)가 기다리고 있다. 산다는 게 쓴맛 단맛 보며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뜻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며 건강한 몸으로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되기를 빌며 모교 청주고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빌며 '청주고 소식지'의 마지막 붓을 놓는다.

고 15년 전에 청주고 교장 재직시에 청주고소식지 제35호(2004년7월6일)에 기고한 글을 옮겨 적다보니 후한서(後漢書)에 대장부당웅비(大丈夫當雄飛)라는 말이 나온다. "웅비(雄志)를 품고 비상(飛上)"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03년 교장시절에 교비(校碑)로 못 쓰는 붓글씨로 쓰고, 57회 제자들이 웅비석(雄飛石)을 세운일이 떠오르며 감회가 깊고, 2월이면 학불염(學不厭) 교불권(敎不倦)의자세로 교육에 힘쓰시다 과만(瓜滿)으로 떠나심에 가족과 함께 건강과 복락을 누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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